일자리예산 삭감해 ‘실세 의원들 SOC예산’ 증액…‘투명성 확보’ 제도 개선 목소리

지난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수정예산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이른바 ‘짬짜미 예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이 빠진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결정된 예산 규모가 약 32조544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밀실담합’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에서 보류된 223건(약 81억2331억원)이 소소위로 넘어갔고, 이중 70건(약 32조5445억원)을 홍영표(민주당)‧김성태(자유한국당) 등 원내대표 합의로 결정했다. 이들 항목에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고용창출장려금 등 일자리예산과 대통령비서실 업무지원비 등 특수활동비 등 여야가 예산심사 초기부터 대립해왔던 예산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었다.

이들 예산이 ‘소소위 밀실’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꼼꼼한 심사 없이 ‘정치적 일괄 타결’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2000억원 증액됐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당초 18조5000억원이었던 SOC예산은 소소위를 거치면서 교통 및 물류 예산과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이 각각 1조1000억원, 1000억원 늘어났다.

여기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정부 망월사역 시설개선비 15억 원, 의정부 행복두리센터 건립비가 10억원 증액), 이해찬 민주당 대표(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 253억원,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 5억원 증액),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약 500억원), 한국당 소속 안상수 예결위원장(강화 한겨레 얼 체험공원 예산 7억8700만원, 강화 황청리 추모공원 예산 8억4000만원, 파출소 신축비 8억4000만원, 사찰 개보수비 9600만원 증액)​ 등 국회 수장과 당 대표 및 상임위원장 관련 SOC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비 600억원, 구리경찰서 갈매파출소 신축비 20억8000만원, 구리시 사노동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비 10억원 증액), 조정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지역구 예산 20억원 증액),  장제원 한국당 예결위 간사(지역구 예산만 80억원 증액) 등의 지역구 예산 증액 내용이 포함됐다.


‘짬짜미’를 통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예산안 심사 때마다 막판 밀실에서의 지역구 민원 예산 ‘밀어넣기’가 재차 반복되고 있는 만큼 구조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결위 소소위와 정당 지도부들의 담판 등 감시‧견제가 불가능한 심사과정을 없애고,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결위 소위 등 공개된 회의에서 투명하게 예산 심사가 진행되도록 제도적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밀실합의는 고착화됐고,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의원의 능력과 힘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며 “국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행위인 만큼 지난 악습과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제대로 심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밀실에서 진행될 경우 폐단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예산심사의 투명성만 확보되더라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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