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재개 기대 맞아떨어져…금강산 골프장 사업은 불확실

짐 로저스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대가로 손꼽히는 유명투자가로 북한 투자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사진은 지난 7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로저스 회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아난티가 세계적인 투자가로 알려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아난티는 전일 대비 2040원 오른 1만19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 개시 직후부터 상승으로 방향을 잡은 아난티는 장중 1만28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장막판까지 강세를 유지한 아난티는 전날 대비 2640원(26.77%) 오른 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난티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임시주주총회에 짐 로저스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고 밝히면서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로저스 회장은 정식으로 사외이사에 선임된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대가로 손꼽히는 유명 투자가다.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업해 12년간 3365%라는 경이적 누적 수익률을 올려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가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난티 관계자에 따르면 “아난티의 주요 주주인 중국의 민간 투자회사 ‘민생투자’를 통해 로저스 회장과 아난티 사이에 접점이 생겼다”며 “그 인연으로 지난 6월 로저스 회장이 아난티의 명예 회원이 됐고 이번 사외이사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로저스 회장은 과거 북한 투자에 여러 차례 관심을 보여 왔다. 2015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매우 흥분하고 있다”며 “내 돈을 모두 투자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에는 북한 화폐와 채권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 7월 열린 국내 간담회에서도 로저스 회장은 북한에서 가장 먼저 개방될 분야로 관광업을 꼽았다. 80여 년의 세월 동안 폐쇄된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로저스 회장이 아난티의 사외이사 제안을 받아들인 것 역시 대북 사업 재개를 기대하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아난티는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유일한 민간 기업이다. 아난티는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봉 168만㎡(51만평) 대지를 50년간 재임대해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온천 리조트’를 2004년 착공, 2008년 5월 개장했다. 하지만 2개월 만에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사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퍼지고 있지만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향후 대북제재 해제 및 남북경협 재개 가능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넘어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이번 사외이사 선임 건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남북 경협 재개와는 별개의 사안이다”라며 “향후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좋은 기회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금강산 골프장 사업 관련 문제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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