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분신했는데 어떻게 카카오 쓰나”…분노한 택시 기사들 사이 T맵 택시 선호 현상 번져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11일 오전 11시 1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한 기사 식당을 찾았다. 식당엔 기사 두 명이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전날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이야기가 들렸다. 카카오T 카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모씨는 “대부분의 기사가 어쩔 수 없이 카카오와 T맵 택시를 같이 쓰고 있지만 T맵 택시가 확장되면 T맵 택시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T맵의 영업 사원이나 다름없다”며 “T맵으로 호출하면 멀어도 찾아가고, 매일같이 손님들에게 T맵 택시를 써달라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한 기사 식당 앞에 택시가 주차돼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에 달하며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아닌 SK텔레콤의 ‘T맵 택시’를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스스로 T맵 택시 영업사원이라고 자처할 정도다.

T맵 택시는 2015년 카카오T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다. 경쟁에서 밀린 3년간 자원 투입이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면서 지난 6월 말 3만명이던 택시 기사 회원 수는 지난달 10만 2000명으로 늘었다.

T맵 택시의 급증세는 택시 기사들의 ‘카카오 택시 호출 거부 운동’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카카오 호출 거부 운동’의 일환으로 티맵 택시를 지원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11월 21일 하루는 T맵 택시로만 영업하자는 문자를 발송한 바 있다. 지난 10일 택시 기사 분신 사건 이후 카카오에 대한 택시 업계의 부정적 인식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자발적으로 T맵 택시 홍보하는 택시 기사들

기사식당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에게 T맵 택시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불같이 화를 내며 답했다. 택시 기사 이모씨는 “카카오가 싫어서다. 어제 기사 한 분이 안타까운 선택(분신)을 한 건 카카오 때문이다”라며 “카카오는 악랄하다”고 강조했다.

택시 기사 사이에서 언제부터 T맵 택시가 호응을 얻었냐는 질문에 A씨는 “지난달 초에 동료 기사들에게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일부 조합에선 조합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달 티맵 택시를 지원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11월 21일 하루는 T맵 택시로만 영업하자는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문자 발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사님과 손님들에게 T맵 택시를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맵 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는 11월 한 달 사이 4만명가량 증가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맵 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는 11월 초 6만 5000명에서 11월24일 10만 2000명으로 늘었다.

◆ T맵 택시 사용하지 않는 46% 택시 기사는 어디에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 지역 택시 기사 8만 3000명 중 54%인 4만 5000명이 T맵 택시에 가입한 상태다. 나머지 4만여명의 택시 기사는 T맵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T맵 택시 이용 화면. /사진=최창원 기자
이날 기자는 택시를 두 번 이용했다. 한 번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낙성대역 부근으로 가는 ‘T맵 택시’였고, 다른 한 번은 앱을 이용하지 않고 낙성대역 부근에서 교대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서 탑승했다.

T맵 택시로 호출한 차량의 택시 기사는 기사식당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말을 했다. 다만 앱이 아닌 직접 잡아 탑승한 택시에선 굳이 카카오나 T맵 택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20년 간 택시를 몰았다는 택시 기사 최모씨는 “카카오나 T맵 택시나 필요성을 별로 못느낀다. 카카오는 예전에 다운 받았던 거라 그냥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도 잘 안 쓰는데 T맵까지 다운받을 필요를 못 느낀다”며 “돈을 버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인데, 그때는 호출을 받는 것보다 직접 찾아다니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마저도 다음과 같이 말하며 카카오와 T맵 택시 중에선 선호하는 쪽이 뚜렷함을 드러냈다.

“이제는 나도 카카오 말고 T맵 택시만 두고 쓰려 한다. 어제 젊은 기사 양반이 분신했다는 뉴스를 보고도 카카오를 계속 두면 내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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