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사, 아시아 역사 잘 몰라…국내 플랫폼부터 일정 검열 거쳐야”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젤리드롭, 요리중독 등 유명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는 해외 게임 스타트업 빅피쉬게임즈(Big Fish Games)는 게임 지도에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 무늬를 사용했다. 사용자들이 욱일기를 내려달라고 문의했지만 아직 시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무늬를 사용해 논란에 휩싸인 게임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출시된 모바일 게임 젤리드롭(Gummy drop)’ 일본 도쿄 지도를 살펴보면 다리를 연결하는 배에 욱일기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이 게임을 만든 빅피쉬게임즈는 지난 2002년에 설립된 회사로,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도쿄 맵에서 욱일기를 내려달라는 글도 몇 개 올라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게임 속 욱일기 모양 배는 그대로다.

 

한국 애플 아이튠즈에 문의하자 “(관련 수정 문의는) 게임사 측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고 답하며 연락처를 안내해줬다. 게임사 내부 게임 문제이니 판매처인 아이튠즈가 직접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앱인 탓에 연락처는 공식 홈페이지 메일 뿐이었다. 기자가 빅피쉬게임즈 본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회신은 없는 상태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사용한 제국주의 깃발로,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국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서 욱일기를 게양하겠다는 뜻을 밝혀 외교부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게임 스타트업들이 일본 욱일기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내 게임사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도 욱일기가 그려진 아이템을 출시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월 블루홀 자회사 펍지는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출시하며 욱일기 모양이 새겨진 게임 속 전투기 파일럿 마스크와 새로운 무기 아이템을 내놨다. 이밖에도 블루홀이 인공지능(AI) 캐릭터 이름에 '731부대'를 붙인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졌다. 731부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벌인 일본 군부대다.

 

블루홀 자회사 펍지는 곧바로 검수 과정에서 폐기됐어야 할 아이템이 출시됐다해당 아이템과 캐릭터 이름을 즉각 삭제했고, 환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아이템 회수 및 환불 조치를 진행했다.

 

게임업계는 해외 개발사들은 아시아 역시나 문화에 무지해 이런 오류들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앱스토어에 판매되는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는 글로벌 개발사들이 모이는데 일본 전범기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일본 게임사들은 대놓고 욱일기 모양을 쓰기도 한다. 한국 사용자들이 직접 해외 개발사에 항의하고 문의해야 바뀔까 말까다고 설명했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다른 나라 게임에서 욱일기를 발견했다는 제보가 더러 있었다. 욱일치 퇴치 캠페인 과정에서 몇군데 접촉했을 때 대부분 해외 게임사들은 (욱일기를) 모르고 쓰더라. 정확한 의미를 알고 썼던 곳은 없었다무조건 욱일기를 사용했다고 (해외 스타트업을) 질타할 것이 아니라 고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전범기를 퇴치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무작정 공급되는 해외 제작사 게임들을 검열없이 판매하는 애플 아이튠즈 같은 플랫폼들도 문제는 있다. (욱일기 무늬를 쓴) 게임들이 버젓이 판매되는 것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게임을 만든 제작사들에게 직접 문제 지적을 하고, 이후 게임이 바뀐다면 좋은 사례들이 쌓일 것이다. 결국 이런 운동들을 통해 게임 분야에도 전범기 사용 문제가 빨리 없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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