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이슈 vs 불투명한 금융권 내년 전망

우리은행 본사에 걸린 깃발, / 사진=연합뉴스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의 우리사주조합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데다 지주사 전환도 호재로 여겨지고 있지만 금융권의 내년도 업황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의 자사주 매입 결과는 지주 전환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고 이번 3분기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직원들의 참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돼 이번 자사주 매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지주로 전환하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사는 직원들이 있다”며 “현재가 저가매수 기회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은행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열기는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손 행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 사외이사 등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4년 실시한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 모 임원의 경우 현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사주 매입의 경우 우리은행은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연봉의 2배(기본급 기준)까지 대출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의 은행 지분율은 5.63%다. 소유주식수는 3808만주다. 예금보험공사(18.43%), 국민연금공단(9.29%), 노비스1호유한회사(IMM PE, 6.0%)에 이어 지분율이 높다. 우리사주조합은 앞서 4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입했다. 2014년 12월 1차 매입(3067억원), 2015 7월30일 2차 매입(233억원), 2016년 7월22일 3차 매입(370억원), 2018년 8월10일 4차 매입(647억원)을 진행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매입 확대는 회사 실적 개선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9208억원이다. 올해 3분기에 이미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연간 순익을 웃도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9% 크게 증가했다.

또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승인이 주가 상승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손 행장을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으로 결정하면서 큰 틀의 지주사 지배구조를 미리 갖추게 된 것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높여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 주식은 내년 초 매매가 정지된 후 우리금융지주에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일대일 교환 상장될 예정이다. 현재 증권사들의 우리은행 목표주가는 2만원이상이다.

이번 우리사주조합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게 되면 소유주식수 확대로 지분율이 상승하게 되면서 예보와 국민연금에 이어 세 번째 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원들이 우리은행과 은행권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 이번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매입 규모가 이전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래 성장성이 담보돼야 직원들이 주식 매입에 나서는데 금융권의 내년 수익 성장 여건이 녹록지 않고 주가도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 악화와 정부 정책으로 은행주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주가 전체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식 매입에 직원들의 관심은 높다”며 “다만 매입 주식 총량, 임원들의 주식 매입 등의 내용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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