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10만대 판매 돌파, 내년 전기차·수소차 관련 예산 확대…“과잉규제로 부담 가중은 피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화를 앞당기기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하면서 수년간 미뤄진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친환경차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져 규제를 통해 제조사에 보급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도 힘 받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국내 업계서 여전히 과잉 규제 우려를 표하고 있어 제도화에 앞서 풀어가야 할 숙제도 산재해 있다. 

지난 8일 국회가 확정한 환경부 내년 예산안에 따라 친환경차 보급이 올해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5402억원을 배정하고 이중 전기 승용차 보급을 위해 37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경 예산 보다 20.7%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도 올해 2만대에서 내년 4만2000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예산도 올해 본예산보다 6배 이상 증액된 1420억원이 책정되면서 내년 4000대 보급을 목표하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클린디젤’ 퇴출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엔 그간 시행됐던 저공해 경유차에 주어졌던 각종 감면혜택을 폐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세먼지 저감 해법으로 노후 경유차 퇴출이 거론되면서다.

이로 인해 제작사 및 수입사 등에 일정 비율 이상 친환경차 판매를 강제하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 논의도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에 대한 부담을 제조사 및 수입사에 분담하면서 친환경차 보급 대수를 늘릴 유인책으로 보고 있다. 해당 제도가 입법화 될 경우 정해진 비율 이상 친환경차를 팔지 못한 업체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 현행 ‘저공해차 의무보급제’의 적용 기준, 시행 범위 등을 강화하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가 아닌 현행 저공해차 보급의무제의 범위와 기준을 새로 산정해 확대 시행하는 것"이라며 "기존 규제와 중첩되는 과잉 규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등 전기차 보급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는 국가에서 유사 제도를 갖췄다는 점 역시 입법화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서는 지난해 6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현재 소관위 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국내 업계는 그간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을 두고 팽팽한 이견을 드러냈다. 친환경차 수요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판매 확대를 강제할 경우 업계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양산 초기 단계인 전기차, 수소차의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나서 보급 가속을 강행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올해 친환경차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의무판매제 입법화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1~11월 하이브리드차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 전기차, 수소차 등을 포함한 친환경차 총 판매량은 10만9602대를 기록했다. 이중 전기차의 경우 지난 2016년 국내서 5914대 판매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1만3826대로 2배 이상 판매량이 뛰었다. 이어 올 상반기에만 총1만1866대 팔리면서 지난해 한 해 동안 팔린 전기차 판매량을 단번에 넘어섰다.

특히 올해 출시된 전기차 신형 모델들이 친환경차 시장 외연을 키웠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4월, 7월에 각각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 니로EV는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각각 7200대, 2928대 팔리면서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전기차는 올해 3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차 시장이 점차 성장하면서 정부가 수혜 정책과 더불어 규제를 통해 보급화를 앞당길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업계가 이중 규제 우려를 표한다는 점에 주목, 규제 적용 범위와 수준에 대한 조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중국이 내년부터 매년 2%씩 제작사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높이는 의무판매제를 도입하게 되면서 한국도 같은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소비자, 정부에게만 전가돼 있던 친환경차 보급 부담을 메이커에게도 분담하면서 의무감을 분담하자는 것”이라며 “제도 중첩으로 인한 부담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현실적 여건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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