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시점‧거래소 따라 가치 변동 특성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은 저마다의 가격이 있다. 가격은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와 판매자의 용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가격은 장소 및 환경에 따라서 가변적으로 결정되는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과를 예로 들어보면 같은 사과라고 할지라도 희소성이 낮은 A 지역에서 구매할 때는 한 개당 1000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사과의 희소성이 높은 B 지역에서 사과를 구매할 때는 한 개당 3000원을 제시해도 구매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가격은 유통업자가 A 지역에서 사과를 직접 구입해 운반한 유통 마진을 포함한 가격대에서 결정된다. 사과를 유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B 지역에서 사과의 희소성이 감소하게 되면 A 지역과 B 지역의 사과가격 차이는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A 거래소에서 6000원에 거래되는 특정 암호화폐가 B거래소에서 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두 거래소에 입금 지갑을 가지고 있는 거래소 이용자는 A거래소에 현금을 입금해 6000원에 해당 암호화폐를 구입 후 B 거래소로 전송해 2만원에 판매해 14000원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행위를 재정거래, 혹은 차익거래라고 하는데, 암호화폐 거래소 초창기에는 이 방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후 재정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거래소 간의 가격차이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됐으며, 나중에는 거래까지 수행해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며 각 거래소의 암호화폐 시세들이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지게 됐다. 앞에서 이야기한 지역마다 서로 다르던 사과의 가격이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는 위와 같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같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소 암호화폐 입출금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혹은 점검 등의 이유로 암호화폐 입출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 거래소 간의 암호화폐 가격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때는 암호화폐를 보내거나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같은 암호화폐임에도 불구하고 A 거래소에서 18만원에 거래되는 암호화폐가 입출금이 정지된 B 거래소에서 60만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암호화폐가 통상적으로 18만원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B거래소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여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거래소 간의 암호화폐 가격 차이는 기업의 회계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의 잠정 가이드라인 견해에 따르면 활성시장이 있는 경우 가상화폐(암호화폐)는 공정가치로 평가돼야 하는데, 위와 같이 같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거래소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된다면,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기업들의 재무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또 암호화폐는 그 특성상 해외 거래소에서도 거래가 될 수 있으며, 24시간 내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즉 평가시점 및 평가시세 참조 거래소를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회계처리 시 기업이 보유하는 암호화폐의 시장가치가 변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암호화폐 재무제표 계상에 대해 적용되는 회계기준은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의 실질을 반영할 수 있게끔 논의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관기관의 협조 또한 원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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