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직장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전…전문가 “고졸 취업자 사회적 지위 개선 필요”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마이스터고) 취업률 및 진학률 추이 / 자료=한국교육개발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고졸 취업 확대’를 위해 정부는 이른바 ‘선 취업·후 학습’ 제도를 마련해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조기 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졸 출신들의 직장 내 차별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업무 능력 강화를 위해 학비 지원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고졸 출신에 대한 편견을 근절시킬 실질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은 50.6%로 2000년 51.4% 이후 17년 만에 50%대를 넘었다. 올해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 또한 50%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은 진학률 보다 더 높았다. 직업계 고등학교 진학률은 2010년 73.5%에서 2017년 32.5%로 하락한 반면, 취업률은 2010년 16.7%에서 2017년 50.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업무능력을 강화하거나 자아실현을 위해 기업에서 3년 이상 재직한 직장인들이 대학 교육을 받게 하는 선 취업·후 학습 제도를 확산하고 있다. 고졸 채용을 늘리기 위해 직업교육을 강화하면서도 대학 진학 비용 전액 지원과 진학을 독려하는 기업문화 정착 방안 등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 내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차별 근절을 위해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익명 신고 접수를 받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차별 근절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졸 출신 직장인들을 위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만 독려할 게 아니라, 고졸자가 취업 이후에도 꾸준히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진로 결정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고 직업 교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해 직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교육부와 함께 노무사를 파견해 현장고등학교에서도 꾸준히 특성화고 출신들이 산업안전, 근로시간,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지 못하도록 현장 근로 감독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취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기술 외에 전반적인 직무 교육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졸 출신이라는 교육체계에 대한 차별이 크다”며 “인식 개선은 쉽지 않겠지만 직업계고 출신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개편하고, 기업들이 고졸 출신들의 수요를 확대하도록 이들을 위한 업무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졸 출신 직장인,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차별이 증가하고 있는 데는 사회적으로 ‘고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변하고 있지만, 학벌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인식은 고졸 취업자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실제 고졸 출신 직장인들은 장시간 노동, 차별대우, 임금체불과 같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씨(20)는 “승진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며 단순 업무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많이 당해 야간 대학에 진학 중이지만, 회사 입사 기준이 고졸이여서 야간대학을 졸업해도 회사에서 고졸 출신으로 인식되는건 똑같다”고 토로했다.

회계·경리 분야에서 일하는 박아무개씨(20)는 “고졸 출신을 대거 채용하는 기업이여서 기업 내 고졸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지만, 업무 배치 때 고졸 출신은 대졸 출신들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았다​”며 “주변 친구들은 취업 대신 아예 대학 진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과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 고졸자의 사회적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고졸 출신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학 진학 사유로 퇴사하거나 특히 (고졸 출신) 남자 직원들이 군대에 가게되면 인력 공백이 생겨 업무 지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업무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 입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유연근로제 같은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본적으로 고졸 출신들은 학교에서 기술이나 취업에 대한 능력을 기르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에 가면 대우를 받을 것이란 착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단순 업무가 주어지게 되면 실망하게 돼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또 과거 기업들이 채용 조건으로 전문적 역량을 우선적으로 봤다면 최근 기업들은 소통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등학교에서 기업 문화, 근무 태도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교육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과 소통하며 현장 상황을 직접 듣고 현장실습 제도, 인턴 등 제도를 개선시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12월 중 발표될 고졸 취업 활성화 대책에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하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