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삼바 문제 등으로 두 조직 갈등 심화…근간엔 ‘정책‧감독’ 분리 요구 존재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의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최근엔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금감원 노조와 일부 금융권에선 정책과 감독 기구를 분리해 논란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정책, 감독기구의 분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금감원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금융위가 30%이하로 축소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다. 금감원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1급~3급 직원 비중을 현 43.3%에서 35% 수준으로 줄이는 안을 금융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금융위가 3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 금감원의 성과급이나 인건비 등 내년 예산이 삭감될 것으로 전해졌고 노조가 반발 성명을 낸 것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선 노조의 이런 발언이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고 본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금융위가 케이뱅크,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으로 금감원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산 삭감 소식에 금감원 노조가 이를 보복처럼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처럼 올해 들어 금융위와 금감원이 부딪힌 금융권 이슈는 다양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부터 은행권 대출금리 부당산정, 케이뱅크 특혜 인가 의혹,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 등 두 기관 의견이 대치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특히 케이뱅크 특혜 인가 의혹을 두고선 금감원이 금융위의 공동해명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커졌다. 앞서 기재위 국감에선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 사전에 케이뱅크가 인가 내정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금융위는 케이뱅크 예비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를 당시 금감원장이 구성한 만큼 이번 의혹에 대해 공동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선 케이뱅크 인가는 금융위 소관이고 안종범 수첩 의혹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해명을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서도 금융위 증선위가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분식회계 의혹 핵심인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다시 감리를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처리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그렇게 되면 2015년에 발생한 회계기준 위반이 흐려질 수 있다며 증선위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증선위는 금감원의 내용만으로는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다며 분식회계 혐의를 판단하지 않고 심의를 종결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이 나오지 않았다면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금감원이 맞았다는 분위기가 생겼고 반대로 금융위에선 ‘삼성 봐주기’에서 후퇴한 격이라는 자조적 비판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감원과의 갈등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정책방향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관 간 갈등은 과한 해석”이라며 “어떤 금융정책 결정도 금융위가 금감원과 협조하지 않으면 힘들다. 금감원도 금융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런 갈등이 금융위에 집중된 정책, 감독 체계에 있다고 본다. 금감원의 감독 역할이 금융위의 정책, 감독 의견과 대치될 수 있는 구조라는 의견이다. 금융위는 1998년 설립된 금융감독위원회의 후신이다. 2008년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을 가져오면서 탄생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위 명칭에서 ‘감독’을 떼고 금감원을 독립된 집행기구로 분리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부 조직으로 모든 감독, 정책의 집행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두 조직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금감원 노조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정책과 감독 기구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번 성명을 통해 발표하고 “대통령께서는 금융위 해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엔 갈등이 항상 있어 왔다”며 “두 기관의 갈등으로 비칠 만한 여지를 줄이기 위해 서로 소통하고 논의해서 논란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나름의 의미 있는 주장이긴 하나 정책과 감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금융현실에서 둘이 겹쳐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형태든 완전한 조직을 기대할 순 없다. 현 체제를 유지·개선해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논의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