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도 입지 좋은 새 아파트 선호현상↑…시민들 “비싸지만 미래가치에 투자”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견본주택 내부 모습/사진=천경환 기자
“분양가의 일부는 모아놓은 돈으로 나머지는 집을 팔아서 마련하려고 했다. 주택 값은 어차피 살다보면 몇 배로 뛰기 때문에 문제없다.”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3차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라클라스 견본주택에서 만난 한 시민의 얘기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좋은 입지와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해 보였다. 디에이치 라클라스를 방문한 실수요자들은 10억원이 넘는 고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다며 청약에 당첨되기만을 바랬다. 

4일 방문한 디에이치 라클라스 견본주택은 비교적 한산했다. 청약 신청일 당일에다 평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서울 강남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었다. 일부 수요자는 투자와 관계없이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성아무개(남·60)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오래돼서 새 집으로 이사하고 싶었다”며 “분양가는 비싸지만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이 저렴하기 때문에 청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했다. 인근 아파트인 반포프루지오써밋과 래미안 퍼스티지의 평(3.3㎡)당 분양가는 각각 6479만원, 7937만원으로 책정됐지만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분양가는 4687만원으로 주변시세보다 약 2000만원 가량 저렴했다.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고급 건축 자재를 사용했고 반포라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분양가가 턱없이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수요자들이 실거주보다는 미래 가치상승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 A씨는 “디에이치 라클라스를 분양받기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이미 좋은 집에 살고있을 것”이라며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현금 최소 10억원이 필요한데 중도금 대출도 안되는 상황에서 누가 이 비싼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입 하겠냐”고 말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단지다. 아울러 계약금(20%)와 중도금(60%)을 내야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는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최소 10억원 이상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한편 입지가 뛰어난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첨될 수 있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시민은 “일반분양 물량이 워낙 적어 기대도 안한다. 하지만 입지가 좋은 신규 분양 물량이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청약은 계속 넣어볼 것”이라며 “아무리 비싸도 강남권 신규 분양아파트 중에서 1순위 청약 미달사태가 발생한 곳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현대건설 갤러리/사진=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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