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ROE 8.7%…중소형사 평균 하회

하나금융투자가 5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초대형 IB(투자은행) 경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이미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마련한 대형사들도 획기적인 실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투자가 5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초대형 IB(투자은행)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미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마련한 대형사들도 획기적인 실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0일 이사회를 통해 5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증자지만 하나금융투자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기 때문에 이번에 발행되는 신주 930만주는 모두 하나금융지주가 가져간다. 청약일은 오는 20일이다.

 

이번 유증을 마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2조6936억원에서 3조1911억원으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게만 허용되는 종합금융투자사 자격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에도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확보해 초대형 IB로 분류되는 곳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다섯 곳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추가된다. 증자를 마친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기준 국내 8위 증권사에 이름 올리게 되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장기적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 업계 판도는 자기자본을 늘려 자금 조달이나 수익구조에 우위에 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나금융투자도 중장기적으로는 4조원 이상 대형사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적극적 자기자본(PI) 투자와 IB 비즈니스 확대로 대형사들과 경쟁할 것"이라며 "중장기 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상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나금융투자의 자본확충으로 대형사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자본을 확충한 증권사들도 기존 수익구조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슷한 수익구조를 두고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형화 바람 속에서도 동일한 종합증권사 모델을 추구하면서 수익구조는 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리고도 마땅한 차별적인 수익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5곳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넘긴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자기자본 3조원으로 문턱을 낮출 경우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한곳이 추가된다. 

 

증권가에서는 마땅한 수익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자본만 늘릴 경우, 오히려 ROE를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까지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들의 평균 ROE는 8.7%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를 포함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로 범위를 확장할 경우 평균 ROE는 8.9%다. 숫자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수익성이지만, 여기서는 상반기 국내 증시 거래 호조 등에 기댄 성과다. 실제로 자기자본이 3조원 미만 6000억원 이상 증권사들 역시 상반기 국내 증시 거래 호조 속에 평균 ROE는 10.0%를 기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형사보다 나은 성적이다. 바꿔 말하면 대형사들이 자기자본을 준비하고도 획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2017년 이후 IB 및 자기자본매매 분야의 수익 비중이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수익구조의 차별화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이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가 ROE 측면에서는 대형사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점은 늘어난 자본 만큼 수익성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