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DGB·KB 등은 기업대출 증가…JB “안전자산 성장 위한 전략”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지주 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JB금융지주가 최근 2년 동안 기업대출을 줄인 반면 부동산 임대업 관련 대출과 가계대출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업고객 확보를 위해 격전을 벌이는 동안 JB금융은 반대로 기업대출을 줄여온 것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상황이라 가계대출을 크게 늘린 JB금융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지역에 기반을 둔 JB금융이 기업들의 동반자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업, 제조업, 도소매업 대출 줄이고 부동산 임대업 등 안전대출 증가 전략 취해


4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은 2016년 김한 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부터 전략적으로 부동산업 대출과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채권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B금융의 올해 3분기 기준 대출채권 잔액은 37조5228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특히 JB금융은 부동산업,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가계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로 여신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부동산업 대출금은 지난 2년간 18.3% 증가한 6조237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금도 11.7% 늘어난 17조300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대출금은 크게 감소했다. 건설업 대출금은 올해 3분기 1조5865억원을 기록했다. 2년간 21.1%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 분야 대출도 같은 기간 20.7% 줄어든 2조6860억원을 기록했다. 도소매업도 9.4% 감소하며 3조162억원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대출에 집중한 결과 JB금융의 이자이익은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올해 3분기 순이자이익은 93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 2017년 말 기준 순이자이익은 2016년 말보다 14.1% 증가한 1조1624억원을 기록했다. 2년 동안 기업대출은 줄이는 대신 부동산업과 가계대출을 늘린 결과다.

 

JB금융의 계열사 가운데 광주은행이 기업대출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은행의 올해 3분기 기업대출금은 8조9214억원으로 2016년 말보다 5.2% 줄었다. 전북은행의 기업대출금은 같은 기간 7조4313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1.8% 늘었다. 광주은행의 가계대출금은 3분기 기준 8조9145억원으로 2016년 말 대비 14.4% 증가했다. 전북은행 가계대출금은 6조4825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보다 65.3% 급증했다. 두 은행 모두 가계대출 증가율이 기업대출 증가율을 훨씬 상회했다.

 

JB금융지주의 최근 2년 간 대출채권 증감 추이. 부동산업과 가계대출은 증가했지만 건설업, 제조업, 도소매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프=시사저널e

반면 주요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규모를 같이 키우고 있다. 대표 지방금융지주사인 BNK금융지주의 부산은행 기업대출금은 올해 3분기 기준 26조789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말 대비 1.6% 증가했다. 가계대출금은 10조8540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DGB금융지주의 대구은행 기업대출금도 올해 3분기 24조7224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7.6% 증가했다. 가계대출금도 9조734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전보다 10.1%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은 기업대출 규모를 더 키웠다. 국민은행 기업대출금은 3분기 기준 109조62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말보다 14.7% 크게 늘었다. 가계대출금은 132조6599억원으로 11.6%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금은 올해 3분기 기준 98조5342억원으로 8.2% 증가했다. 가계대출금은 100조9887억원을 기록, 10.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JB금융은 최근 2년 동안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부동산업 대출과 가계대출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JB금융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에서 집단중도금대출을 전략적으로 늘린 결과”라며 “집단중도금대출 리스크는 굉장히 낮다. 안전자산 위주의 대출 성장을 꾀한 것이다. 또 2년 전부터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집단중도금대출을 자제하라고 지도하다보니 전북, 광주은행에서 이 부분 대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건설업과 제조업 대출이 줄어든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경쟁 치열, 가계대출 규제로 JB금융 수익증가 한계 나타나나


하지만 은행권에선 JB금융이 앞으로 기업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고 가계대출 증가 또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량 기업대출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20년 도입되는 새 예대율로 은행권에선 기업금융 고객 모시기 경쟁도 커지고 있다. 예대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로 100%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새 예대율 규제를 통해 금융사가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조정해서 차등화하기로 했다. 결국 은행이 새 기준에 맞춰 예대율 규제를 지키려면 결국 가계대출은 줄일 수밖에 없고 기업 대출은 비중을 늘려 예금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규제강화에 따른 은행 수익성 확보 전략’ 리포트에서 “은행들이 새로운 기준으로 예대율 100%를 맞추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예대율이 잔액 기준이어서 1년 안에 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우량 중소기업 시장은 이미 거의 포화상태고 은행들이 비외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까지 많이 늘린 상태라 추가적인 중소기업대출 증대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대출 리스크가 있다 보니 은행마다 적극 늘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량 기업 대출 경쟁은 내년에는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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