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전희경 의원 등 여야 막론…4일 시민단체 정보공개소송 결과 공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4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민 세금을 빼 쓴 국회의원 26명의 명단을 밝혔다. / 사진=이준영 기자

20대 현역 국회의원 26명이 정책자료 발간 등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중복 제출해 세금 약 16억원을 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공개한 시민단체는 이 행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회의장에게 18, 19대 의원을 포함한 전면적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국회의원의 예산 비리가 특수활동비, 입법및정책개발비에 이어 영수증 이중제출까지 밝혀지면서 선거제 개편과 국회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4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민 세금을 빼 쓴 국회의원 26명의 명단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정보공개소송으로 제공 받은 2016년 6월~2017년 12월까지 19개월 간 국회의원들 정책자료발간·홍보물유인비와 정책자료발송료 집행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된 정치자금 지출 내용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회 예산을 빼돌린 의원은 26명, 금액은 1억5990여만원이었다.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영수증 이중제출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원내대표 홍영표 의원(1936만원), 기동민(1617만원), 유동수(1551만원), 우원식(1250만원), 이원욱(1085만원), 변재일(955만원), 김태년(729만원), 금태섭(527만원), 손혜원(471만원), 유은혜(352만원), 김병기(300만원), 김현권(147만원), 박용진(100만원), 임종성(14만원) 의원 등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전희경(1300만원), 김석기(857만원), 안상수(537만원), 이은권(443만원), 최교일(365만원), 김재경(330만원), 이종구(212만원), 김정훈(130만원), 곽대훈(40만원) 의원이었다.

이 외 바른미래당 오신환(310만원)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256만원)의원, 민중당 김종훈(169만원) 의원도 관련 영수증을 이중제출했다.

이날 시민단체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홍영표 의원이 1936만원으로 영수증 이중제출 액수가 가장 많았다. 홍 의원실은 지난해 12월 14일 의정보고서 제작비 명목으로 988만5700원의 영수증을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중복 제출했다. 홍 의원실은 이 같은 방법으로 4차례(발간 3회, 우편 1회) 영수증을 중복 제출했다. 홍 의원실은 문제가 된 이중제출 영수증 금액을 반납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지난해 12월 의정 보고 영상제작 비용 명목으로 1000만원의 영수증을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이중 제출했다. 이를 포함해 전 의원의 영수증 이중제출 액수는 1300만원이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요청한 상황이다. 해석을 받은 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선관위는 이와 같은 영수증 이중제출 건의 경우 선관위나 국회사무처 중 한 곳에서 영수증 청구를 취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정치자금법상 이러한 영수증 이중제출을 처벌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처벌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상당수 반납, 일부는 “선관위 유권해석 받아야”…시민단체 “전면 진상 조사해야”


이날 시민단체 등은 영수증 이중제출 건이 드러나 국회의원 26명 가운데 23명이 관련 금액을 반납했거나 반납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 따르면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전희경·금태섭 의원은 ‘선관위 유권 해석에 따라 반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 건을 공개한 시민단체는 이러한 행태가 빙산이 일각이라며 국회의장이 18, 19대 의원들까지 포함해 전면적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영수증 이중제출은 국회 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1년 7개월치를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이 조사한 결과 이 정도의 부패가 발견됐다면 18, 19대 국회까지 조사하면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세금은 공적 자금이고 국가가 세제혜택까지 부여한 후원회 정치자금도 공적 자금이다”며 “같은 영수증으로 국민세금과 정치자금을 이중으로 빼 쓴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고의적이라면 형법상 사기죄나 정치자금 횡령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이렇게 발견된 사례들에 대해 의원들에게 질의서를 보냈을 때 일부 의원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납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었다”며 “대부분의 의원들은 보좌진 탓으로 돌리거나 실수라고 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 없이 양쪽 돈을 제대로 쓴 의원도 상당수였다. 이에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사무처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영수증 이중제출 문제가 해당 의원들의 반납으로 끝나선 안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이 전면적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문희상 의장은 국회 차원에서 독립적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해서 지금 밝혀진 사례들과 18, 19대 국회에서 저질러졌을 영수증 이중제출에 대해 전면적 진상조사를 해야한다”며 “영수증 이중제출을 통해 의원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의 실제 사용처에 대해 조사하고, 사적으로 돈을 쓰거나 고의로 이중 제출한 경우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 세금인 국회 예산에 대해 국회의원들 비리 행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국회개혁과 선거제 개편을 통한 근본 대책이 요구됐다.

◇국회 개혁 및 선거제 개혁으로 근본 해결 지적도 

최근 국회의원들이 특수활동비에 이어 입법·정책개발비마저 쌈짓돈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7월 5일 참여연대가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국회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을 실제로 했는지 상관없이 매월 6000만원을 받아갔다.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이 매월 600만원씩 가져갔다.

지난 10월 19일 세금도둑잡아라는 정보공개청구와 소송으로 2016년 6월~2017년 5월까지의 국회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사용해 수행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에서 상당수 비리혐의가 적발됐다. 연구용역 과정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가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 보고서를 표절한 정황도 있었다.

이에 세금도둑잡아라는 10월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규모정책연구용역 비리 혐의가 나온 이은재(한국당), 백재현(민주당), 황주홍(민주평화당), 강석진(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서청원(무소속) 의원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11월 20일 정책개발비 비리 혐의가 나온 유동수, 곽대훈, 조경태, 경대수, 박덕흠, 안상수 의원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하승수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예산 사용 문제가 드러나는 근본 이유는 국회에서 의도적으로 관련 자료를 정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자료발간·발송비는 국회에서 내역도 줄 수 없다고 했다. 내역만 보더라도 이 문제는 드러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활비, 입법및정책개발비, 정책자료발간·발송비 등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돈에 대해서는 감시 기능이 마비돼있다”며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선거제 개혁이나 국회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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