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간 연결에 활용분야 확대…인간보다 ‘기계’의 수단으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전파를 지난 1일 첫 송출하면서 5G 시대가 열렸다. 기존 LTE보다 20배나 빠른 서비스가 가능해졌지만 당장 어떤 서비스가 눈앞에 펼쳐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간 고객보다는 기계 고객에 초점을 둔 서비스가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들은 당분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5G 서비스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통 3사의 5G 첫 가입자만 봐도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 5G용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바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내년 3월에야 시작될 예정이다.

 

SK텔레콤 5G 1호 고객은 안산 반월공단 명화공업이다. 명화공업은 5G 전파를 이용해 ‘5G-인공지능(AI) 머신 비전솔루션을 가동했다.

 

해당 솔루션은 자동차 부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는 동안 12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 24장을 다각도로 찍어 5G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서버의 고성능 AI는 순식간에 사진을 판독해 제품 결함 유무를 확인한다. 5G가 대용량 사진의 전송 시간을 줄여 빠른 검수를 가능케 한 것이다.

 

KT 1호 가입자는 로봇이었다. KT15G 전파 송출과 함께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KT 5G 1호 가입자로 인공지능 로봇 로타를 가입시켰다. KT5G 1호 가입자로 로타를 선정한 것은 5G가 생활과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KT는 이번 1호 기계 가입자를 시작으로 하여 2, 3호 기계 및 기업 간 거래 파일럿 가입자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5G 1호 고객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LS엠트론이다. 산업기계 및 첨단부품 전문 기업인 LS엠트론은 LG유플러스와 함께 ‘5G 원격제어 트랙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LG유플러스는 향후 5G 상용 서비스가 제조업 분야 기업 고객에게 먼저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5G 원격제어 트랙터는 무인 경작 농기계다. 관제 시스템 지도에 수십km 떨어진 곳의 트랙터 이동경로를 설정하면 기기가 알아서 이동하며 알아서 경작한다. 관리자는 마치 실제 트랙터 조종석에 앉아서 운전하는 것처럼 트랙터를 원격 조종하며 관제센터 모니터에서 작업현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5G 원격제어 기술을 지뢰제거나 폐기물 처리, 건물철거 등 위험한 산업현장의 중장비에도 접목해 인명피해를 방지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발전하면서 5G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5G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사용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를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5G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종필 SK텔레콤 팀장은 산업교육연구소 개최로 지난 6월 열린 성공적인 5G 및 융합응용서비스를 위한 기술전략과 실증사례 세미나에서 5G 상용화로 공장에 가장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팀장은 최근 자신만의 제품을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공장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5G를 활용해 로봇을 가동하면 생산방식이 유연해지고 빨라져서 제조사 입장에서 부담이 적어진다“5G의 핵심에 스마트팩토리가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이통사의 5G 서비스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실감 미디어, 스마트시티와 대학, 스마트팜 등에서 5G 수요가 있을 것이며 그 중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과 같은 실감 미디어가 초기 수요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5G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G가 이통사들에게 긍정적인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초연결 시대를 맞아 클라우드 서비스, 고화질 동영상,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안 연구원은 “5G용 단말기가 없어 소비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5G 상용화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5G 관련 기업들이 5G를 활용해 각종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 상용화는 5G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