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에도 관련 범죄 형량 낮고 벌금 적어…전문가 “범죄 인식 재고 위한 교육도 병행해야”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유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이른바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률들이 국회에서 개정됐지만,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준은 강화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에 제기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유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이른바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률들이 국회에서 개정됐지만,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준은 강화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에 제기된다. 특히 근본적으로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도적 대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지털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지난해 6470건으로 5년 사이 2.7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만 하루 평균 18건에 달하는 몰카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로 인한 여성 피해도 심각하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불법영상 촬영·유포·협박을 겪은 비율은 70.9%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디지털성범죄 관련 각종 법률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에는 디지털성범죄에 해당하는 촬영물을 취득 후 재유포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명확하게 하도록 했다.

또 디지털성범죄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문제가 되는 촬영물을 방지하는 의무를 제공하고, 촬영 대상자의 삭제 요청에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디지털성범죄로 인한 피해 확산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기술적인 방지책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현재 ‘DNA 필터링’ 기술을 민간업체와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필터링은 영상물의 오디오나 비디오가 갖는 고유의 특징을 수치화해 DNA를 수출하고, 확보된 DNA와 원본 저작물과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합법 콘텐츠인지 여부를 인증할 수 있고, 불법인 경우 이용이 차단된다. 정확도가 높고 처리시간이 빠른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법 개정과 정부의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성범죄의 근원적인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률의 강화와 정부의 개정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고 벌금도 적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현행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 촬영죄)’ 제 14조에 따르면,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 후 영상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피해자와 합의 하에 촬영을 하더라도 불법 유포를 하게 될 경우 징역 3년 혹은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관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법정 최고형인 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가해자 중 67%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실형을 산 사람은 전체 7.2%에 불과했다. 이는 가해자 대부분은 벌금형에 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한기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활동가는 “일단 디지털성범죄 법 개정이 강화됐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 벌금, 형량이 모두 낮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형벌이 더 강해져야 가해자들의 경각심도 더 생길 수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한다.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불법 영상물을 유포하면 벌금형 대신 5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불법 영상물 영리형 유포는 7년 이하 징역형 등으로 형량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성범죄 근절, 사회적 인식 강화 위한 교육 강화해야”

디지털성범죄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데는 경각심이 부족한 것도 한몫한다. 불법 영상물은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클릭 한 번이면 빠르게 확산돼 완전한 삭제가 사실상 어렵다. 특히 얼굴이 알려진 피해자들은 수사과정 또는 일상 속 2차 피해를 경험하기도 하는데 피해를 겪고도 불법 영상물 확산을 막을 방법은 따로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법 촬영물이 올라가면 순식간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P2P사이트, 웹하드 등을 통해 공유된다. 온라인 공간 특성 상 걷잡을 수 없게 퍼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 절차를 밟더라도 공유 경로 등을 파악하기 어렵고 처벌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촬영물 완전 삭제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7)는 “디지털성범죄는 주변 친구들도 당할 만큼 온라인상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며 “법적 제도를 강화시켜 디지털성범죄를 근절시켜야 하고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기 활동가는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받고 선차단 후 심의를 거쳐 유포물을 삭제해주고 있지만 심의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려 심의 기간동안 유포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피해자들은 심의 과정보다도 가해자 대한 처벌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을 바란다.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DNA 필터링 기술이 공론화 돼 디지털성범죄가 근절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피해자들이 직접 디지털성범죄를 신고하는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심의로 이어지기까지 범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입증 과정 절차를 간소화 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디지털성범죄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며 “대국민 제도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법적 시범 시행 등을 통해 부당 영상 확인 시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신고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신고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행정 조치여서 법률 개정이 필요없다”며 “이러한 제도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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