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제·전월세상한제 개정 등 제자리 걸음…“치솟는 전월세에 짓눌렸는데 정부·여당 소극적” 비판

지난 18일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아파트 시세표./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절반 가까이는 무주택자다. 이들은 2년마다 전월세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치솟은 계약금을 부담하거나 다른 집을 찾아간다. 그럼에도 국회는 이 문제를 개선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방치하고 있다.

국내 전체 가구의 44%는 ‘내 집’이 없다. 전세와 월세 등으로 살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차기간은 1989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멈춰 있다.

지난 29일 집걱정없는세상 최창우 대표는 국회 앞에서 “지난 20년 동안 16차례 이사했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기간은 1989년 1년에서 2년으로 변경된 후 30년이 흘렀지만 세입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2년마다 쫓아내는 법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33건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중 다수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주로 계약기간이 끝난 뒤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수 많은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되고 있다.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중요한 내용이지만 논의를 촉진시킬 도화선이 없는 상황이다”며 “최근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 국정과제이기도 했고 법무부가 전향적으로 나오면서 가능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우선순위에 밀려있다”고 말했다.

유엔 사회권 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해 지난 2017년 10월 4차 사회권 심의 권고에서 ‘사적 시장에서 치솟는 주거비를 규제하는 매커니즘을 도입하고, 임차인의 더 오랜 계약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갱신을 제공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제도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 도입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간사는 “위험 수준에 이른 주거비 부담에 짓눌리는 사람들과 국민 절반에 이르는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전월세 안정은 우선순위 민생과제다”며 “국회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사업자등록제도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만 계약갱신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어 대다수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여당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박 간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공약했다. 총선 직후에는 반드시 통과시켜야할 민생입법이라며 관련 법률들을 발의했다지난해 촛불 대선을 앞둔 2월 임시국회에서도 촛불혁명 입법정책 과제라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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