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후속 신차 배정 앞두고 해외 본사 이슈·노사 이슈에 '흔들'…“체질개선 통해 생산성·효율성 향상해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르노, 닛산이 결속 방침을 밝히며 르노삼성이 당장의 동맹 와해로 인한 유탄을 맞을 우려는 덜어낸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양사 관계의 불확실성은 지워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어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해외 본사 이슈로 인한 외풍에선 빗겨 갔지만 국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 

지난 29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르노, 닛산, 미쓰비시자동차의 CEO들이 모여 3사 제휴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공식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엔 “르노 그룹, 닛산자동차, 미쓰비시 자동차의 이사회는 지난 며칠 동안 각각 또는 공동의 입장으로 얼라이언스의 강력한 결속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얼라이언스는 지난 20년 동안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어 왔으며, 앞으로도 확고한 결속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각사의 공동성명은 얼라이언스 와해에 대한 업계 우려를 일축하기 위해 발표됐다. 최근 업계선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일본 검찰 체포 사건으로 인해 각사 동맹이 해체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주요 외신 등을 통해  곤 전 회장이 체포 직전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했다는 관계자들 발언이 잇따르며 사실상 내부 알력 다툼에 대한 정황이 관측된 까닭이다. 


일각에선 아직까지 양사 관계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재 닛산이 르노보다 커버린 상황에서 양측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또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를 두고도 신경전이 치열한 까닭에 이번 이슈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닛산으로부터 생산 위탁을 받는 르노삼성으로서는 로그의 후속 신차 배정 문제와 얽혀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동맹관계가 악화되면서 업계선 르노삼성에 유탄이 돌아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 9월 이후 닛산으로부터 북미 수출용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위탁생산을 받아 수출 실적을 올려왔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로그는 지난 2015년 11만7560대, 2016년 13만6309대, 지난해 12만3202대 수출량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로그는 부산공장의 전체 생산량(25만여대) 중 40%가량을 차지하며 공장 가동률을 크게 견인해왔다.

그러나 로그 위탁생산은 5년 계약에 따라 내년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르노삼성은 후속 신차 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르노 닛산의 동맹관계가 악화될 경우 르노삼성이 로그를 대체할 닛산의 후속 신차 배정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까닭이다. 


이에 르노삼성은 최근 공식 행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르노삼성은 대구에서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 개소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27일 부산공장에서 닛산 로그 누적 생산 50만대 돌파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르노삼성 측은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공장에 물량이 배정되기 때문에 CEO가 바뀐다고 계획이 변경되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동성명 발표로 표면적으로 동맹악화에 따른 리스크는 줄었지만 르노삼성은 마냥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닛산의 신차 배정을 두고 해외 공장들과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가운데 업황이 그리 밝지 않다. 닛산 생산 배정을 두고 최근 엔저 현상으로 원가 절감 효과를 본 일본 규슈 공장 등의 경쟁이 예고돼서다.

 

대내외적으로 봉합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올해 노조와의 임단협 타결도 풀어가야 할 숙제다. 르노삼성은 지난 3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왔으나 올해 노사가 이견을 빚으며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 했다. 노조는 지난 달 두 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내달 중 새 집행부를 선출, 회사와 교섭을 이어갈 전망이나, 업계선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 하는 내수 실적도 표정을 어둡게 한다. 전 제품군에서 노후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올해 출시한 해치백 르노 클리오, 경상용차 르노 마스터 등이 볼륨모델로 기능하지 못 하면서 실적은 더 주저 앉았다. ​르노삼성은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서 7만115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82282대) 보다 13.5% 판매량이 줄었다. 전년인 2016년 같은 기간 누적판매량(8만4458대)에 비해선 15.7% 줄어든 수치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점유율도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르노삼성의 국내 판매량은 완성차 5사 전체 판매량 중 5.7%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6년 같은 기간엔 6.8%, 지난해 6.6%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쟁쟁한 신차를 내놓는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 점차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에서 줄어드는 보폭은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강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생산성, 효율성을 갖춘다는 말은 결과적으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는 상황에서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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