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내년 업계 불황 조짐에 인력 조정 나서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직원들이 고객 상담을 진행 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불기 시작했다. 은행업계와 보험업계가 내년 불황 조짐이 커지자 인력을 줄여 조직 효율성을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자 접수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10년이상 근무하고 만 40세이상으로 지난해 조건과 동일하다. 퇴직금은 재직기간과 나이에 따라 다르나 최대조건은 퇴직당시 월평균임금의 36개월치다.

이번 희망퇴직 실시로 NH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농협금융 계열 4개사에서 총 650여명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이 61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는 직원은 530여명으로 올해 80명 가량 늘었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도 매년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온 만큼 올해 연말이나 내년 연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계획된 것은 없고 협상 중에 있다​며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매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내년 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희망퇴직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고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해 10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바 있다. 

보험업계도 직원 감축 바람이 불었다. 한화생명이 다음 달부터 장기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시행한다. 상시 전직지원제도는 정년(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제도다.

한화생명의 이번 희망퇴직은 최근 업계 불황에 따라 인력 조정이 필요해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470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8% 줄었다. 한화생명은 IFRS17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보험료 수입이 감소해 수익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날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를 늘릴 것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과 만나 “은행들이 퇴직금을 더 주고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청년들에게 많은 취업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은행에 보상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내년 업계가 불황이 예견됨에 따라 올해 인력 조정이 필요해 희망퇴직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일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이 9조8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일을 적게 하는 중간층 인력이 굉장히 많다​며 ​은행 입장에선 이들이 나가고 신입행원이 들어와야하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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