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혐의 재판으로 1명, 국외훈련 시차로 1명…고득영 국장은 귀국 후 대기 가능성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보건복지부의 고위직이 정원초과(오버 TO)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외규정을 적용해도 연말 고득영 국장이 귀국한 후 일시적으로 대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복지부는 일부 고령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복지부에 따르면 정무직인 장관과 차관을 제외한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과 나급(구 2급)으로 구성된 고위직이 정원을 초과했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길병원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H국장이 직위해제된 후 공석이었던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장에 정호원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26일자로 복귀하면서 발생했다. 

 

H국장은 징역 8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H국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하고, 3억5000여만원 추징금을 부과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고위공무원의 경우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는 공무원을 사직하고 싶어도 사직할 수 없다. 더구나 이같은 경우에는 본인 의도에 관계 없이 고위공무원 TO(정원)을 갖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과거 전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인 N씨도 뇌물 수수 혐의로 대기발령에 이어 재판을 받는 수년 동안 고위공무원 TO를 갖고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국장급 한자리를 공석으로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N실장은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억울함을 씻어냈다. 

 

하지만 이번에 복지부는 청와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정호원 국장을 복귀시키며 H국장의 고위공무원 TO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두리 복지부 인사과 인사계장은 시사저널e와 전화인터뷰에서 “정 국장은 당초 소속인 복지부에 복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위공무원 TO의 예외규정을 이번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C국장에 예외규정을 적용해 고위공무원 TO에서 그를 제외했던 전례가 있다. C국장도 결국 법원 1심 판결에서 무죄를 판결 받았다. 

 

하지만 정 국장에 대한 예외규정 적용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다시 복지부는 정원초과 상황이 예상된다. 오는 연말 역시 고위공무원인 고득영 국장이 국외훈련을 마치고 복지부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두리 인사계장은 “국외훈련 TO는 1명이기 때문에 고 국장 후임자를 외국에 파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엄격히 분석하면 고 국장 후임자는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 국외훈련 파견을 떠난 이민원 국장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 국외훈련을 떠난 고 국장과 8월 중국으로 파견 나간 이 국장의 시차는 왜 발생한 것일까? 결국 현재도 그러하고 올 연말이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고 국장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정원초과 상황이 왜 발생한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당초 복지부는 지난 2013년 7월 국장급 고위공무원의 국외훈련 파견 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이기일 국장이 2013년 7월부터 이듬해인 2014년 7월까지 미국 랜드연구소에 파견돼 연구 활동을 벌인 것이다. 그전까지 부정기적이던 국외훈련이 이 시기 정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개 복지부 본부에서 빡빡하고 숨 돌릴 틈 없이 분주한 고위직 공무원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우수 인력의 자기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1년간 해외에서 교육을 받으며 훈련할 시간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국외훈련을 떠나면 복지부 고위직 TO에서는 제외된다. 

 

국외훈련 대상자는 이미 파견 수개월 전 부 내부적으로 확정하는 것도 관행이었다. 1년간 외국에 나가 근무하는 데 준비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지난 2016년 8월 국외훈련 대상자로 내정된 공무원은 김상희 정책기획관이었다. 하지만 김 기획관​은 국외훈련 파견을 지연시켜 결국 그 해 말 미국으로 떠났다. 김 기획관​은 지난해 말 보육정책관으로 복지부에 복귀했다. 그의 국외훈련 후임자는 고 국장이었다.

 

이같은 지적에 김 정책관은 시사저널e와 전화인터뷰에서 “그 당시에는 해당 년도 아무 때나 외국으로 출국하면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김 정책관이 해외로 제때 국외훈련을 나갔어야 정원에서 빠질 수 있었다”라며 “그가 출국을 미뤄 수개월간 고위공무원 TO를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고위직 승진을 목전에 뒀던 이민원 당시 부이사관(3급)등이 애를 태웠다”고 전했다.  

 

결국 매년 8월 경 1년간 국외훈련 시행으로 복지부 국장급 인사가 원활하게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 수개월간 지연됐던 사태가 결국 현재와 향후 복지부 고위직 정원초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정원초과와 함께 이르면 내년 1월이나 2월로 예상되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복지부가 일부 고령자에게 명예퇴직 요청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정년은 규정상 60세지만, 이미 정원도 초과됐고 후배들 인사적체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호소로 분석된다. 

 

현재 복지부에서 정무직을 제외한 과장급 이상으로는 노홍인 건강보험정책국장과 김혜선 해외의료사업지원관, 이태근 한의약정책관, 김기석 감사담당관이 1960년생으로 나이가 가장 많다. 이어 1961년생으로는 OECD 대한민국정책센터에 근무하는 맹호영 부이사관과 홍정기 보험평가과장이 있다. 1962년생 공무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파견된 이재란 부이사관 등이다. 

 

하지만 복지부 명퇴 요청을 받은 일부 고령자가 이를 거부하는 등 사태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고령자는 후배들 승진을 위해 외부 자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인사과도 고령자 용퇴를 요청하고 거부 받으며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복지부 고위층이나 인사과는 현실적 사유로 그들이 공무원 옷을 벗기를 희망하겠지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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