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시에도 신청 가맹점은 1만4000곳에 불과…소비자 유인책 부족

이미지=셔터스톡
정부와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다음달 17일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장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아울러 카카오페이, 토스 등 주요 업체들이 연이어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제로페이는 서울시,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은행, 민간 간편결제사업자들과 협력해 구축하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제로페이는 스마트폰 앱과 QR코드를 활용해 소비자가 소상공인 계좌이체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물어야 했던 카드사 수수료, 부가가치통신망(VAN)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대폭 줄여 수수료를 최소화했다.

제로페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출시전부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출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카카오페이, 토스, BC카드 등 참여를 결정했던 주요 업체들의 이탈을 들 수 있다. 특히 15만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불참은 뼈아프다. 카카오페이 측은 “약 15만개 결제가맹점과 2500만명이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로페이 참여를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로페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 민간 업체들이 먼저 발을 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가입자를 받기 시작한 제로페이 신청 가맹점은 지난주 기준 약 1만400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소상공인이 약 66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을 더 선호하는 상황속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의 소비자 유인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부터 카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았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사실상 없다. QR코드 방식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로페이의 경우 신용카드처럼 포인트 적립이나 후불 결제가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내세운 제로페이 사용 혜택은 소득공제율 40% 적용이다. 현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15%, 30%의 소득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또한 세제 혜택 법안이 통과돼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직장인 김민지(28·가명)씨는 “평소 QR코드 방식의 결제를 거의 해보지 않았다”며 “신용카드가 있는데 굳이 (QR코드 방식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제로페이가 나온다고 해도 기존에 쓰던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참여한 시중은행들의 불만 역시 문제다. 제로페이의 경우 은행 간 계좌이체 수수료가 50∼500원 정도 들지만 은행들은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낮춰주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가 새로 만드는 플랫폼의 설치 비용(약 39억원)과 운영 비용(매년 35억원) 역시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부담하는 구조다. 사실상 은행 입장에서는 제로페이를 통해 얻는 이득이 거의 없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사실상 정부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로페이를 통해 은행이 얻는 이익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로페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민간 주도의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쓸 유인책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간편결제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존재하는 상황속에서 무리하게 제로페이를 도입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제로페이를 통해 수수료 0원을 실현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이 역시 은행들이 손해를 떠안는 구조다. 제로페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