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지 상가건축 필요성 높이 않아…전문가들 “현장에 맞는 탄력적 운용 필요”

29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는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상가비율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늘어난 상가면적 만큼 리스크도 커져 사업진행에 차질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길해성 기자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 상가비율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주변에 상권이 형성된 상황에서 서울시가 요구하는 상가비율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늘어난 상가면적 만큼 공실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향후 시공사 선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가비율이 현장의 주변여건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견해다.

 

주변에 상가 넘쳐나는데획일적인 상가비율 수정돼야

 

2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이촌1구역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서울시가 요구한 상가비율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곳은 2종일반주거지역(법적상한 용적률 250%)에서 준주거지역(400%)으로 용도지역 변경해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다. 859세대 8개동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상가비율이 문제가 됐다. 일반주거지역과 달리 준주거지역은 상가비율이 10% 이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촌1구역은 사업면적 10%에 해당하는 연면적 8300규모의 상업시설을 지어야 한다. 추진위는 상가비율을 5%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추진위와 주민들은 획일적인 시의 상가비율 규제가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측은 이미 인근 용산역 주변에 상권이 형성돼 있고 향후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되면 그쪽으로 상권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차라리 상가비율을 줄이고 주거비율을 높였으면 좋겠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역 앞에 있는 상가들도 빈 점포가 많은데 향후 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비계획 수립 시 상가규모는 100세대 당 1개 점포가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촌1구역의 경우 상가 한 채당 약 50(15)으로 구성할 경우 166개의 점포가 형성된다. 이는 100세대당 20개 이상의 점포가 형성되는 셈이다.

 

업계 역시 주변에 상권이 형성됐을 경우 상가규모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상가 등 복리시설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신규택지에 의한 주택공급과 달리 재건축의 경우 주변 혹은 근거리에 기존상권이나 대형유통매장이 이미 충분히 형성돼 있다특히 서울 도심지에 있는 정비사업장에서는 추가적인 상가건축의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 공실 리스크 우려로 입찰참여 기피현장에 맞는 탄력적 운용 필요

 

과도한 상가비율은 상가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수주를 기피하는 양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사업지연을 초래해 결국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사업은 사업비만 1조원에 달했지만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사업지 내 상가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시공사 입찰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미분양 리스크를 전부 떠안아야한다는 부담이 결정적이었다. 시공사 선정은 세 차례나 유찰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상업시설의 비율 높을 경우 상가 분양 성적에 따라 잠재적 리스크가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최근 전국 상가 공실률이 심각해지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상가비율이 높은 곳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건설사는 몇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주변여건을 고려해 상가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주변 환경에 따라 상가 분양률 저조 등의 문제점을 야기 시킬 가능성이 높다결과적으로 정비사업의 불필요한 제약은 조합원들에게 부담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강제로 규제하기 보다는 도시 규모나 특성에 맞게 상가비율이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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