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복지 제도 자유롭게 사용 못해…고용부 “여성 근로자 목소리 반영해 대책 마련 논의 할 것”

기업 내 여성 고용 비율 변화 추이 /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여성 고용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호조를 띄고 있지만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기업 내 근로환경은 조성되지 않고 있다.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국내 기업 복지 수준도 해외 기업에 비해 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른바 ‘경력단절’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향후 대책 마련에 이목이 집중된다.

남녀 고용 차별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여성 고용률은 매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전문위원회가 10월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내 여성 고용 비율은 2014년 37.09%, 2015년 37.41%, 2016년 37.79%, 2017년 37.80%에서 2018년 38.18%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 여성 고용률은 5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59.7%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20대 여성 고용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30대부터 출산·육아 등의 문제로 여성 경력단절이 발생해 고용률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경력단절 여성 현황’에 따르면, 미취업 여성 중 결혼, 임신·출산, 육아,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184만7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1만5000명(0.8%) 늘었다. 그 중 30~39세가 88만6000명(48.0%)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 근로자들은 기업 내 여성 일자리 정책 방향을 노동시장 내 존재하는 성차별 해소, 여성 일자리 질 제고 등으로 초점을 맞추고 여성 경력단절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 업계에 근무 중인 직장인 지아무개씨(25)는 “기업 내 경력단절, 성차별 등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남성 직원과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남성 직장인이 같은 해 입사자인 여성 직장인에 비해 승진이 빠르고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있다. 성 평등 인식이 강화돼 지원 대책 등도 지금보다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리·회계 직종 사무직에 종사하는 박아무개씨(27)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출산·육아에 따른 여직원의 퇴사가 많은 편”이라며 “경력단절 여성을 재취업시키기 위한 인건비 지원사업도 필요하지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기업 문화·제도가 개선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덕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사무관은 “고용노동부는 현재 여성 근로자들이 (고용부 홈페이지에) 건의, 제안한 애로사항 들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며 “여성 근로자들의 직장생활 문제점, 건의사항 등을 종합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여성 일자리 대책을 추가 마련하거나 제도 개선책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경력단절 여성 예방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야”

아울러 여성 직장인들은 정부가 마련한 육아휴직 제도, 출산휴가 등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직 제도 사용 이후 여성 근로자 대부분은 경력이 단절된다는 이유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 취업 후에도 여전히 직장에서 남성 근로자들과의 차별을 느끼는 등 유리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아무개씨(44)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 대부분은 현재 일을 하고 있음에도 고용 안정성을 고민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며 “요즘 청년들도 취업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경력단절 여성들은 연령 여부를 떠나 전문적인 영역에서 정규직으로 경력을 쌓았던 경험이 있더라도 대부분 재취업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계약직 일자리로 내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40대 이상인 여성들의 재취업은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무관하게 연령요인이 추가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 외 안정적 일자리로의 재진입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부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 의뢰로 작성한 ‘일가정 양립 근로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여성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출산 전후 90일 휴가 제도를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5~9인 영세사업장에서 35.6%,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81.7%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육아휴직제도를 사용 가능하다는 응답도 5~9인 15.8%, 10~29인 20.4%, 30~99인 36.7%, 100~299인 36.6%, 300인 이상 54.2%로 인지도와 제도 사용가능 정도 모두 근로자의 직장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육아휴직제도는 만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부모가 각각 최대 1년간 휴직 가능한 제도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은 “국내 경력단절 여성이 증가하는 데는 출산·육아 기간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아이 돌보미 제도, 보육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설 마련은 물론 양질의 개선책도 필요하다”이라며 “예를 들면 보육 시설은 보통 4시에 끝나지만 국내 기업에 다니는 여성 직장인들은 유연근무제를 해도 그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없다. 또 블라인드 채용 이후 여성 고용률은 높아졌음에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암묵적으로 제한돼 있는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국내 고학력자 여성 직장인들은 많지만 복직 또는 재취업에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고학력자 여성 직장인들의 경력단절이 이어진다면 사회적으로도 손해”라며 “정부가 충분한 임금 제도를 마련해 육아휴직제도를 부모휴가제로 변경하거나 육아휴직인 여성 직장인들을 위해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컴퓨터 프로그램 교육 등을 마련해 복직에 힘을 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