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급 디자인 변신·첨단 ADAS 총동원…“정숙성 기본에 운전 편의 강화"

지난 28일 G90 3.3 터보 모델을 타고 강남 전시장에서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주행했다. G90 전면. / 사진= 윤시지 기자
제네시스 'G90'가 쇼퍼드리븐(전담기사가 운전하는 차) 수요가 대부분인 프리미엄 대형 세단 시장에서 오너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의 새로운 물꼬를 틀지 관심사다. 한층 젊어진 디자인과 새롭게 적용된 첨단 안전, 편의사양엔 뒷좌석에 앉아있던 '사장님'들을 운전석으로 불러 앉히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여기에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감이란 특장점 역시 살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지난 27일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시한 G90는 최고급 초대형 세단 EQ90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그간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에쿠스의 상품가치를 살리기 위해 EQ900으로 이름을 붙였으나, 이번 신형 모델을 G90으로 일원화했다. 특히 이번 차명 변화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차별화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다.


바뀐 이름만큼 외관도 대대적인 변경을 거쳤다. 전면부를 꽉 채운 다이아몬드 꼴 크레스트 그릴은 양옆으로 배치된 쿼드 램프와 배치돼 고급감을 더했다. 차량 전반엔 수평을 강조한 디자인 라인이 적용돼 중후한 느낌을 준다. 특히 후면부 리어콤비램프가 연결되고 그 위에 제네시스의 날개 엠블럼 대신 영문 레터링이 올라서면서 신형 모델로의 변신을 알렸다. 가로축으로 쭉 뻗은 디자인은 그 자체로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아직까지 전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한 ‘젊은 차’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전 모델의 중후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대목으로 읽힌다.  

 

G90 측면 / 사진=윤시지 기자


지난 28일 G90 3.3터보 프레스티지 모델을 타고 강남 전시장에서 자유로를 타고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 약 120㎞ 거리를 주행했다. 도심과 고속도로 길을 고루 밟으며 주행성능의 완성도를 체감해봤다.

우선 최고급 세단으로서의 기본 덕목인 정숙성과 안락함이 크게 두드러졌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을 차단하는 실내는 운전을 방해하는 모든 외부 요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차엔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은 엔진 부밍 소음을 줄여 차내 정숙성을 높였다. 도심 주행에서도 정숙성은 특장점으로 기능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주행에서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는 ‘스탑&고’ 기능이 거슬릴 정도로 엔진 소음이 과했던 차들에 비하면 G90에겐 동일 기능이 전혀 과잉 옵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음의 공백에 흐르는 적막감은 중저음 음향이 강조된 오디오 성량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뒷좌석의 안락함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정차 후 2열 시트에 앉아보자 베개처럼 푹신한 시트에 절로 고개가 젖혀졌다. 널찍한 실내도 갑갑함을 덜었다. 고급 내장재로 하나의 방처럼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는 오랜 시간 주행에도 편안함을 선사하는 요소다.  

 

G90 실내 /사진=현대차 제공

차들이 빽빽이 늘어선 도심을 지나 자유로에 들어서자 예상외의 주행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토크량을 앞세워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쾌감은 없지만, ‘가솔린 대형 세단’이 주는 육중한 주행감에 대한 편견은 지웠다는 평가다. 가속반응엔 다소 지체가 있지만 더디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전환하면 가속 반응은 보다 빨라졌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시속 160㎞까지도 단번에 치솟는 동력성능과 함께 꾸준히 차체를 밀어 올리는 힘이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때마다 새롭게 입혀지는 낮고 묵직한 배기음은 운전하는 재미를 더하기 충분했다. 부드러운 주행감과 달리 지면을 꽉 잡는 하체는 주행 안정감을 높였다. 여기에 예리한 조향 응답성이 더해져 차량을 추월하거나 급커브길을 달릴 때도 민첩한 조향을 가능케 했다. 


무엇보다 차 곳곳에 탑재된 첨단 주행 편의‧안전 기능은 현대차의 역량이 총 동원된 모습이다. G90의 모든 트림엔 ▲차로 유지 보조(LF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안전 하차 보조(SEA) 등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특히 NSCC는 상황에 따라 부드럽게 변속하며 꽉 막힌 고속도로나 도심 주행할 때 운전 피로를 덜었다.

여전히 쇼퍼드리븐 수요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형 세단 시장에서 G90가 넘어야 할 편견은 아직 많다. 여기에 날로 몸집을 키우는 수입차와의 경쟁도 무시 못 할 변수다. 경쟁 모델로 거론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렉서스 LS 등도 신형 모델을 출시했고 BMW 7시리즈 역시 내년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직 G90의 출발은 순조롭다. 지난 12일부터 11일간 진행한 사전계약 기간에선 총 6713대가 계약됐다. 이전 모델인 EQ900가 올해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서 총 6688대 팔린 점을 감안하면 견조한 성적이다. 

한편 G90의 판매가격은 3.8 가솔린 모델 7706만~1억995만원, 3.3 터보 가솔린 모델 8099만~1억1388만원, 5.0 가솔린 모델 1억187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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