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청구권,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 안된다 못 박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 예정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전범기업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측의 강제징용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23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각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파기환송후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날 대법원 1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양금덕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7000만원~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건의 핵심 쟁점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법원은 “원고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근로정신대 사건에서 “미쓰비시 측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옳다고 봤다.

1944년 9~10월 강제징용 돼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00년 5월 부산지법에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합쳐 1억1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 등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 공장에 동원돼 노역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1999년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가 확정됐고, 2012년 다시 한국 법원에 각 1억5000만원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에도 일제강점기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의 강제징용 사건 상고심에서 피해자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 한일 국교정상화와 한일청구권 협정

한편,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1951년 말부터 국교정상화 및 전후 보상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1965년 6월 ‘국교정상화를 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가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의 하나로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협정)이 체결됐다.

청구권협정 제1조는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10년간에 걸쳐 3억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고 규정돼있다.

또 제2조에는 ‘두 체약국은, 두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한다)의 재산, 권리 및 이익, 또 두 체약국 및 그 국민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 센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강제징용 및 근로정신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모든 현안이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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