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의 따뜻한 기호식품.

(왼쪽부터)샤타주조의 준마이 ‘텡구마이 우마준’ 720ml, 키자쿠라 주조의 준마이 ‘카라구치 잇콘’ 330ml.
에디터는 따끈하게 덥힌 사케를 좋아한다. 따뜻한 술이 주는 느낌이 좋다. 쌀쌀한 밤에 팔짱을 꼭 끼고 들어간 허름하고 작은 이자카야에서 도쿠리에 담겨 나온 술.

그걸 후후 불어 입가에 살짝 가져갈 때 느껴지는 향긋함. 목으로 미끄러지듯 흘러내린 술이 가슴팍을 훈훈하게 덥힐 때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던 남동생이 돌아왔다. 손엔 현지에서 구매한 사케를 들고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날씨가 쌀쌀하니 데워 먹을 셈이었는데 ‘좋은 사케는 차게 마시는 것’이란 만류에 주춤했다. 그럴 법도 했다. 사케는 꽤 까다로운 술이니까. 제조사, 생산자, 생산지, 등급, 정미율에 따라 가격과 맛이 천차만별이다. 장인이 만든 것부터 공장에서 나온 것까지. 공을 들여 만든 음식이 대개 그러하듯 사케의 세계는 우주처럼 넓고 심오하다. 그러니까, 사케를 제대로 즐기려면 괜스레 데우면 안 되는 걸까?

 

국내에서 제일 많은 종류의 사케를 수입하고 있는 니혼슈코리아의 양병일 이사에게 물으니 특정한 온도에서 즐기면 좋은 사케들이 있긴 있단다. “좋은 원료를 사용해 공들여서 양조해 고유의 향미와 윤기가 더욱 좋은 술인 다이긴조와 같은 종류의 사 케는 워낙 섬세하기 때문에 데우면 술맛을 망치기도 합니다.” 그럼 데워 먹기 좋은 술은 뭘까? 대개 매력적인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사케는 따뜻하게 덥혔을 때 그 감칠맛과 사케 특유의 산미를 발산하며 맛이 좋아진다. 일본 정통 주조법인 ‘야마하이’ 로 유명한 텡구마이의 라이트 버전인 ‘텡구마이 우마준’이 대표적이다. 이 술은 개성이 강한 산미와 풍부한 감칠맛이 매력이다. 감칠맛은 술을 데웠을 때 특히 진가를 발휘한다. 화이트 와인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산미가 특징인 ‘카오리 하나야구 준마 이’는 데웠을 때 기존 사케에서 느낄 수 없는 특색 있는 상쾌함을 선사해 데워 먹는게 좋다.

 

사케 애호가인 일본인 친구 유이나는 같은 질문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대답했다.

더운 날 시원하게, 추운 날 따뜻하게 마시면 좋은 게 술이라고. 실제로 사케라는 단어 자체는 일본에서 ‘술’을 총칭하는 단어이며,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를 정의하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녀 말에 용기를 얻는다. 마시는 데는 규칙이 없다. 술의 온도는 잔의 주인만이 가진 특권이다.​ 

 

​◎박민정 기자

애주가 집안의 장녀이자, 집안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술을 배운 성인 여성. 주류 트렌드와 이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사진 박형인 취재협조 니혼슈코리아(www.nihonshu.co.kr), 롯데주류(www.lotteliqu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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