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서 ‘포용적 성장과 한국경제’ 강연…“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으로 포용적 성장 필요성 더욱 높아질 것”

미국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포용적 성장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미국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8일 국회서 ‘포용적 성장과 한국경제’ 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포용적 성장’을 지지하며 한국은 보다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과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으로 포용적 성장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의 진보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삭스 교수는 기계가 모든 노동을 대신해 생산성과 생활수준이 높아져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비전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0년간 자동화된 기계가 노동자를 대신하면서 일자리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임금 수준이 낮아지고 집단적인 실직이 일어날 것이고,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거대한 부를 가진 소수에게 봉사하는 디스토피아적 비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빈부격차는 지난 40년간 더 심화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으로 지목되는 인공지능(AI)의 발전도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부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세계의 자본이 소수 자본가들에게 집중되는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선 기술세(Tech Tax)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삭스 교수는 “한국의 경우 GDP에서 차지하는 세수 비중이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므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세금 수입의 분배를 통해 저소득 계층에게 부를 나눠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평균 생활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수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나야 한다. 피해갈 수 없다. 유럽 국가를 보면 세금이 GDP에서 35% 이상을 차지하고 북유럽 국가의 경우 40~50%를 차지한다”며 “북유럽 국가는 세수가 많지만 가장 평등한 국가들이다. 보편적 복지를 많이 할 수 있어서다”고 언급했다.

삭스 교수는 “세수를 통해 교육·휴가·가족 지원·아동 육아·아동 조기 발달·장애인 이동 지원·노인층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 우수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앞으로 정부 재정구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해서도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프라에 있어 경제협력이 필요하고, 이는 한국에도 이득이 될 것이므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위협 없는 상호 신뢰를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삭스 교수 초청강연에 참석해 “포용적 성장은 불평등 해소를 통해 성장동력을 얻는 게 핵심”이라며 “한국 사회가 마주한 미래는 과거 경제정책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오늘 이 시간이 한국경제의 내일을 고민하고 세계적 석학의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차 혁명이 급속히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우리가 직면하게 된 과제가 양극화 문제”라며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 새로운 독점의 문제 등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 비전속에서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속가능한 발전은 오늘날 한국사회와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경제가 성장해도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빈곤종식과 양극화 종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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