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고급화 전략으로 반등 노려…거시경제 어려움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강남구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의 전경/사진=천경환 기자
개포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재건축 사업이 안정된 주택 시장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인기 주거지라고 하는 강남 지역의 특수성과 건설업체의 고급화 전략이 하락세로 접어든 서울 주택시장을 다시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값이 단기간에 치솟은 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재건축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개포동에서는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1957가구(내년 초 입주)를 시작으로 오는 2021년까지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아너힐즈 1320가구(19년 8월) ▲개포시영 재건축 개포 래미안포레스트 2296가구(20년 9월)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1996가구(21년 7월) 등이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여기에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그랑자이 3000여세대(내년 상반기 분양예정)와 6000가구 이상의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1단지가 들어서면 개포동은 1만여명 이상이 거주하는 미니 신도시 급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재건축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다/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부동산 업계에서는 입지가 좋은 개포동에서 3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바뀌게 되면 향후 주변 아파트나 지역 시세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개포동은 거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교육환경도 좋아 재건축 후 가격상승 기대가 높은 지역이다. 지난 8월에는 27억7000만원 수준에 거래된 전용 126㎡ 래미안블레스티지가 최근 28억원에 거래됐다”며 “아울러 2년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귀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기는 할 테지만 개포동은 강보합세나 강세를 유지할 것”고 설명했다. 

건설사의 고급화 전략 또한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고급화 전략은 집값과 수요 상승에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요소 중 하나로 고급화 정도에 따라 향후 집값 프리미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조식 서비스,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의 고급 커뮤니티 시설로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현대건설의 새로운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디에이치아너힐즈는 고급 마감재와 수입가구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급화 전략 중 하나인 자연 친화적 주거환경은 달터근린공원과 양재천 등이 인접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에 조성된다. 

하지만 개포동 집값 상승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 재건축 진행이 초기 단계이고 조정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에 당장 큰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인근 단지(주공5·6·7)에서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아파트보다 숲과 어우러진 개포동을 선호하는 수요도 늘고 있어 앞으로 더 상승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포동 재건축 단지들이 주택시장 과열을 재점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권 교수는 “금리인상과 규제로 인해 대출받아 집 사는 게 어려워지면 유동성이 줄어들어 주택 매수수요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개포동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를 뿐 주변 시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거시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개포동에서는 거래절벽 현상이 가시화 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나타나지 않아 거래는 소강상태"라며 "어쩌다 거래되는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라 시세를 가늠해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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