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노조 경영 지침, 미전실이 순차 지시” vs 삼성 “마땅한 행동” 주장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 9월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이 첫 공판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마땅한 행동”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부장판사)는 27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 32명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의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이날 처음 재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미래전략실이 비노조 경영 지침 아래 그룹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 순차 지시했다”면서 “(노조법 위반)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 측은 “(비노조 경영은) 삼성에 노사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문화가 있는 것을 외부에서 나쁜 이미지로 프레임화한 것일 뿐”이라며 “(노조 대응 전략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충분히 할 수 있고 어떤 때는 임직원으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행동”이라고 맞섰다.

계열사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와해 공작이 구체화 된 배경에 대해서도 삼성 측 변호인은 “협력사 파업이 발생하면 A/S(에프터 서비스) 질이 떨어져 노조 대응 업무를 하게 된 것”이라며 “”노조 파괴가 아니라 업무여건 개선, 서비스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확보한 수천건의 노조와해 문건에 대해서도 “노조 대응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성된 문건이다. 아이디어 차원일 뿐 실행되지 않은 것이 상당수”라며 “상부 보고용으로 작성돼 과장된 표현들이 많았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삼성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문제를 지적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 확보된 노조와해 문건들은 영장 없이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하며 증거능력도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 측의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펼쳤다. 이에 재판부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다루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의장 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되자 와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노조가 활동할 수 없도록 협력업체를 폐업하거나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거나 조합활동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키거나 불응하고, 심지어는 조합원의 채무 등 재산관계, 임신 여부까지 사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파견을 적법한 도급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경찰과 협력업체, 고(故) 염호석씨의 아버지를 불법행위에 가담시키는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사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이 사건은 전사적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서 “사안이 무거워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주동자를 대거 기소해 엄정한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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