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감면 대상 제외·관세법 89조 일몰 폐지 앞둬…국토부 강경방침에 제 목소리 못 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양대 국적 항공사가 올해 고유가, 오너 리스크 등 외풍에 시달린 가운데 내년엔 부품 관세와 지방세 등 세금 부담으로 실질적인 영업 타격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항공재벌 이슈로 골머리를 앓았던 국토부가 '갑질' 항공사에 강경 대응을 엄포한 까닭에 타개책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세특레제한법 개정안이 확정될 시, 내년부터 양대 항공사는 내년 1월 납세시점부터 항공기 취득세, 재산세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지난 8월 발표한 개정안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형항공사에 한해 그간 유지해 온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을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국적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1987년 이후 지방세특례제한법 적용에 따라 항공기를 등록할 때 부과하는 취득세 100%, 재산세 50%를 감면해왔다. 이에 따라 국적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들여올 때 부과하는 세금 비용을 줄여, 지난 2015년 829억원, 2016년 632억원 규모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엔 취득세 감면율이 60%로 줄면서 국적항공사들은 총 354억원을 감면받았는데, 이중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취득세, 재산세 감면액은 339억원(대한항공 289억원, 아시아나항공 5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재산세는 185억원으로, 사실상 보유 기단이 저비용항공사(LCC)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대 항공사가 규모 면에선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입법화될 경우,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양대 항공사는 내년부터 항공기 취득세, 재산세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행안부는 업계 자생력을 고려, LCC에 한해선 현행 감면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재산세의 경우 취득 후 5년간 한시적 감면 기한을 설정했다. 


해당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업계는 내년부터 양사가 350억원이상 규모의 세금을 추가적으로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지난 8월 행안부에 지방세 감면을 연장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해외 국가들이 항공산업에 무관세 방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이 종료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 국제 선박에 있어선 지방세 감면 방침이 유지되는 걸로 알고 있어 운송산업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해 규제를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계가 양적 성장을 거듭, 기단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양대 항공사의 경우 세금 부담은 LCC보다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기 취득세는 항공기 구매계약 체결이 아닌, 항공기를 들여와 등록하는 시점에 부과된다.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보잉사의 B737MAX-8과 에어버스사의 A321NEO를 각각 50대씩 들여온다는 구매계약을 지난 2015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2대의 A350 항공기를 도입하며 2022년까지 총 32대의 장거리 여객기를 확보할 계획을 내세운 바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항공 정비용 부품 관세 감면율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점도도 고정비 부담을 가중한다. 그간 반도체 및 항공 부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 해주던 관세법 89조가 일몰 폐지되면서 수입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 감면율은 내년 80%, 2020년 60%, 2021년 40%, 2022년 20% 축소를 거쳐 2023년 완전 폐지된다.

한국항공협회 측은 이 기간 동안 국적 항공사들이 약 4000억원 규모의 관세를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규 항공기를 대거 들여오는 LCC는 물론, 기존 보유 기단이 많은 대형항공사의 경우 정비 부품에 지출되는 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는 관세 감면 종료의 대안으로 TCA(민간항공기협정) 가입을 요구해왔다. TCA에 가입한 항공사들은 상호 협정 체결국과 민간 항공기 수리시 발생하는 모든 관세 및 과징금을 면제받으며,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를 포함한 총 32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민간 항공제조사의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TCA에 가입할 경우 정부서 민간 항공제조사에 지원해왔던 연구개발 보조금이 금지되는 까닭이다.

그간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해 온 대형 항공사들은 올해 오너리스크를 겪으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TCA 가입 건은 물론, 세금 감면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소극적 요구조차 선뜻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기소를 당했으며, 기내식 대란을 빚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소액주주들과의 소송전도 이어가며 그룹 경영 이슈를 해소하지 못했다.

올해 항공재벌 이슈로 골머리를 앓았던 국토부가 업계 체질 개선을 공언하며 ‘갑질’ 항공사에 강경책을 선포하고 나선 점도 부담이다. 지난 14일 국토부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항공사들의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고, 항공사 및 임원의 자격 조건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항공사 및 임원의 범죄 혐의에 대한 판결과 무관하게,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항공사의 신규 운수권 신청 자격을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항공기 도입에 차질을 겪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지방세든, 관세든 업계 경쟁력을 약화할 것은 분명하다. 해외 항공사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되는 과잉규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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