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영입 및 대외 파트너십 강화하며 신사업 준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LG

인사나 사업에 있어 순혈주의 타파 움직임이 기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순혈주의를 강조하던 대표적 그룹인 LG나 현대자동차그룹마저 이같은 바람이 불면서 그동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그룹은 28일부터 연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인사는 특히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첫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의 시선은 그가 변화와 안정 중 어떤 방향으로 그룹인사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현재로선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유임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구 회장의 결정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가 이미 순혈주의를 깨는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9LG그룹은 신학철 한국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의 수장으로 내정했다. 회사 외부 인사가 CEO(최고경영자)를 맡은 것은 LG화학 창사이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LG그룹은 김형남 한국타이어 부사장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확실히 순혈주의를 타파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미래먹거리 사업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인사는 순혈주의 타파는 전 계열에 거쳐 급하게 일어나기 보단 신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먼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전장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변화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순혈주의라면 빠지지 않는 현대자동차마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공고해질수록 이런 움직임은 더욱 힘을 받는 듯 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 20일 독일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 관련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완성차 업체끼리의 평범한 협력계약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대차의 순혈주의 문화를 생각하면 상당히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과거에도 디자인 부문에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등 외부와 교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기술이나 연구개발과 관련해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전략기술연구소에 외부인사인 지영조 박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변화가 다소 정체에 머문 현대차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래연료기술 및 카쉐어링 등 신산업과 관련해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의선 부회장 체제 후 순혈주의가 빠르게 타파되고 있고 특히 융합에 강한 인물들이 많이 조직 내에 비치되고 있다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고 앞으로도 이 같은 변화의 필요성은 계속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대기업들의 순혈주의 타파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조될 전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과거 대기업들은 패스트팔로우(Fast follow) 전략이 중요했고 그런 전략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데 있어선 순혈주의가 상당히 도움이 됐다빠르게 산업구조가 변하고 있는 지금은 그런 전략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결국 기업들이 순혈주의 타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체질개선을 계속 해나갈 경우 더불어 내부 인사들의 로열티를 지켜나가는 것이 과제로 떠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인사는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과거 방식이 문제는 많았지만 로열티는 확실히 강했다지금 한국기업들은 100% 미국기업 체제도, 순혈주의 체제도 아닌 다소 혼돈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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