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가맹점과의 차별적 수수료 구조 빠져 있어…”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해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의 자영업자들이 2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환영 기자회견'에서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만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으로 자영업자와 카드업 종사자들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형가맹점만 조용히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엔 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 사이에 차별적 수수료 구조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 있지 않아서다. 정책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소상공인·자영업자 vs 카드업 종사자…'을들의 전쟁'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카드 가맹점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우대가맹점 구간을 연 매출 30억원 이하까지 크게 확대해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것이다. 연 매출 5억~10억원 구간은 1.4%, 10억~30억원 구간은 1.6%로 각각 0.65%포인트, 0.61%포인트로 수수료율이 인하된다.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국내 전체 카드 가맹점 269만개의 93%에 해당하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250만개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특히 매출 5억~30억원인 약 24만개 차상위 자영업자들은 전체로는 약 5200억원, 가맹점당 연간 약 214만원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개편안을 두고 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26일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드수수료 차별철폐를 위해 한 달 넘게 이 자리에서 농성했다.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생업으로 돌아가서도 현 정부를 믿고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안이 실현될 경우 카드사는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8개 전업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모든 신용카드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 앉으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일반가맹점과 대형가맹점 사이의 차별적 수수료 문제 빠져있어”

일각에서는 이러한 을들의 갈등이 카드수수료의 차별적 구조를 바로잡지 못한 정책의 허점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 가맹점과 대형 가맹점 사이의 차별적 수수료 문제가 이번 개편안에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내놓은 개편안에는 불공정한 수수료율 개편의 핵심인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문제는 아예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금융정의연대 역시 논평에서 “현재 일반 가맹점들은 2.3%, 대형 가맹점들(이마트, 롯데마트 등 유통 대기업 및 영화관, 주유소 등)은 훨씬 낮은 0.7%~1%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어 매우 차별적인 구조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형가맹점의 경우 자체 협상능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번 개편안에는 연 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도 인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소상공인이라는 수혜자 범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드업계 노조 관계자는 “30억~500억원 규모의 중대형 가맹점 수수료율까지 인하하는 게 어떻게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금융위원회에 해명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금융위와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며 현실에 맞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가 예상되자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며 을과 을 싸움을 부추기고 있고, 대형가맹점은 덩달아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구경만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정부 발표의 핵심은 카드수수료에 대한 역진성 해소였다. 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 사이의 차별적 수수료 구조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는 건데 연 매출 5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나올 때마다 카드사만 부담을 지게 되는 건 불합리하다. 역진성 해소의 근간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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