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판준비기일 10분 만에 마무리…변호인 “증거기록 열람 제대로 못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4억원에 이르는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본격적인 재판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 20분 조 회장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으나, 조 회장 측의 재판연기 신청으로 10분만에 마무리 됐다.

조 회장의 변호인단은 “아직 증거기록 열람을 제대로 못한 상황”이라며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이들은 “변호인 보수와 관련된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법리적인 사실관계를 다투는 내용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연기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내년 1월 28일 오후 5시에 열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을 갖기 전 양쪽 주장의 쟁점과 증거·증거 신청을 정리하는 과정인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5일 조 회장을 특경법위반(배임), 약사법위반,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정석기업㈜ 대표이사 A씨 등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의 동생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해외 상속계좌를 미신고한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2018년 5월 ㈜대한항공의 남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장비·기내면세품을 구입하면서 트리온무역 등 명의로 196억원 상당 중개수수료를 수수해 ㈜대한항공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는다.

또 2010년 10월~2014년 12월 인하대 병원 앞 문전약국을 고용 약사 명의로 운영하고, 정상적인 약국으로 가장하는 방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가로챈 혐의(약사법 위반, 특경법상 사기)도 있다.

조 회장은 2014년 8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각 2만3960주씩 소유한 정석기업㈜ 주식을 7만1880주 매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30% 할증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반영해 합계 176억원을 매수해 정석기업㈜에 41억원의 손해를 미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받는다.

2015년 2월~2017년 7월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형사 사건 변호사 비용으로 대한항공 자금 17억원을 지출한 혐의(특경법상 횡령), 2014년 6월~2017년 6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스위스 예금 채권(약 450억원)에 대한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한 혐의(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위반)도 있다.

조 회장은 아울러 2009년 1월~2018년 8월 모친과 묘지기 등을 정석기업㈜의 임·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로 20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상 배임), 2014년~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그룹의 기업명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10개사를 소속회사 명단에서 누락하고, 114명의 친족을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도 받는다.

다만 검찰은 조 회장이 프랑스 소재 건물, 스위스 은행 계좌 잔액 등을 상속재산에서 고의로 누락하는 방법으로 상속세 610억원을 포탈했다는 특가법상 조세 혐의 부분은 2014년 3월 공소시효가 완료됐다며 ‘공소권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항공기 조종사 지원금훈련금 편취 피고발사건, 대한항공 상표권 사용료 배임 피고발사건 등도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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