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생보업계 갈등 고조…업계 신뢰 타격에 영업부진 커질 듯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국내 생보업계와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로 금감원과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금감원이 일부 생보사에 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업계에선 이번 경영유의 조치가 즉시연금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생보업계의 실적 부진이 금감원과의 갈등 장기화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에 직장유암종 등 관련 과소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경영유의를 받은 금융사는 3개월 내에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4개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심사기준에 최근 판례를 적기 반영하고, 과소지급된 보험금의 추가 지급을 권고하는 내용 등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일정기간 내에 처리 계획을 보고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해당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경우 이에 따른 관리 감독 조치도 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즉시연금 사태와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번 경영유의가 판례에 따라 보험금 지급심사기준에 반영하지 않거나 늦게 반영해 보험금을 과소지급한 보험사에 내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즉시연금을 과소지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와 같은 맥락에 있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즉시보험에 대해 금감원이 보험계약자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보호가 중요해지면서 (즉시연금 관련해) 앞으로 더 강한 압박이 생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살보험금 때처럼 최고경영자 문책경고와 기관경고 등 중징계까지 갈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금감원과의 관계 악화에 따라 업계의 신뢰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금감원과 생보업계는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를 두고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삼성생명을 재조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윤 원장은 즉시연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생보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약관의 내용이 불투명하면 상법상 보험사가 (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상묵 삼성생명 부사장이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서’라는 표현이 약관에 포함됐다”고 주장하자 윤 원장은 “결과적으로 수식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소비자가 알아볼 방법이 없고 그럼 불완전판매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감원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즉시연금 분쟁조정신청 안내’ 접수창구 링크를 배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보험사의 연금 과소지급을 두고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신청을 하도록 한 조치”라며 “최대한 신청을 많이 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선 금감원과의 관계 악화가 업계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며 영업 부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14개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3.2% 줄고 한화생명도 28.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은 저축성보험 판매 축소에 의한 것”이라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신뢰 회복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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