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봐야…“객관적‧구체적 증빙 있어야”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흔치 않지만 부부 사이 같은 특수관계에서는 흔하게 일어나곤 한다. 아내 명의의 폰을 남편이 사용하거나 남편 명의의 차를 아내가 사용하는 등이 이런 예다. 이 경우 부부이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다툴 일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남남 사이에서 발생하는 명의대여다. 특히 사업자명의를 빌려줬을 때 세금문제로 추후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는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최근 A는 전 남편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세금을 얻어맞고 조세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 인정되지 않았다. A는 전 남편의 간곡한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 줬고, 실제 사업자 운영에 있어서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A는 주장들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남편이 “내가 아이들 양육비라도 지급하려면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 내가 신용불량자라 사업자등록이 안 되니 명의만 좀 빌려달라고” 말했다.

2. “전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사업장의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사업장에 방문한 적도 없다.”

3. “전 남편은 본인에게 명의대여를 부탁하며 사업을 해서 아이들 양육비를 지급했지만 이혼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경제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사업장 경영으로 발생한 이익은 모두 전 남편에게 귀속됐다.”

4. “올해 4월경 부가가치세에 대한 체납세금납부통지서를 인지한 후 곧바로 전 남편에게 연락했고, 본인에게 이를 해결하겠다고 안심시켰다.”

5. “사업용 계좌로 사용한 계좌상 거래내역을 보면 거래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전 남편에게 목돈이 입금되면 현금 등으로 출금될 뿐, 본인에게 이체된 적이 없다.”

 

그러나 국세청은 심판청구 제기 절차의 하자를 문제 삼았다. 국세청은 “청구인(A)이 사업장의 부가가치세를 확정신고한 후 납부하지 않아 납부고지를 한 것은 당초 확정된 조세의 징수를 위한 징수처분이다”면서 “조세 불복청구의 대상이 되는 부과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건 심판청구는 각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해당 사업장의 부가가치세에 대한 납세고지서를 지난해 4월25일과 9월27일에 공시 송달했는데 도달한 시점부터 90일이 경과한 이후에 심판청구를 제기(2018년 6월26일)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는 “2014년부터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거주하다가 작년 11월 11일 이사했다”면서 “아파트로 주소 변경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 2018년 4월 중순경 이전 집을 방문했다가 청구인에게 발송(2018년 2월)된 체납세금 납부에 관한 안내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A는 “부가세 취소 경정청구를 올해 5월29일 접수하고, 이 건 심판청구를 6월26일 제기하였으므로 90일의 불복청구 기간을 도과하여 이 건 심판청구를 제기한 것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건에 대해 심판원은 “A가 이 건 심판청구 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5월29일 제기한 경정청구에 대하여 8월8일 처분청이 거부처분을 하였으므로 6월26일 이 건 심판청구를 제기할 당시에는 불복대상에 해당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부존재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후 이 건 심판청구의 흠결이 치유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명의대여에 관련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봐야 한다고 심판원은 설명했다.

아울러 “A가 사업장의 사업용 계좌를 직접 개설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전 남편과 혼인관계증명서 및 사업용 계좌의 입출금내역 등만으로는 ‘명의대여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객관적·구체적으로 입증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귝세청 세종청사/사진=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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