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아닌 위원장 상대로 소 제기해 당사자적격 문제 발생…태평양이 대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동통신 3사에 광고비·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겨 ‘갑질 논란’을 낳은 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 대상자를 잘못 지정하는 바람에 각하됐다. 원고 측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애플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주장 자체를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가 이 청구를 각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됐다.

먼저 애플 측은 소송 상대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으로 잘못 기재했다.

행정소송법은 피고 신분을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으로 규정하는데,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은 위원장이 아닌 위원회로 제기해야 한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공정거래위원회는 회의체 기관이고, 위원장이 아닌 위원회가 결정권을 갖는다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는 처분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중요한 것은 독립된 정부 위원회의 경우 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점이다라고 부연했다.


법원 관계자 역시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 피고적격은 위원회에 있는 것으로 해석해 판단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각하 사유는 정보공개처분 날짜에 대한 문제였다. 재판부는 애플 측이 소를 제기하며 적시한 날짜의 위원회 처분 결정에 대해 ‘위원회의 종국적인 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회의 결정이 없었기 때문에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은 공정위가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애플코리아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조사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라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지난 4월 애플 측에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인용된 105개 첨부파일 중 일부만을 송부하고 38개의 첨부자료는 보내지 않았다.

이에 애플은 지난 5월 열람·복사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6월에는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열람·복사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은 지난달 4일 서울고법에서 일부 기각, 일부 각하됐다.

이번 행정소송 결과에 대해 태평양 측 관계자는 “항소 여부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의 갑질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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