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증가 추세에도 일부에선 업무 외 일하거나 방치…“실질적인 필요성 여부 논의해야”

/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체험형 인턴’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부진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 일각에선 인턴 업무와 무관한 업무를 하거나 적절한 업무도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반쪽 대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험형 인턴은 기획재정부가 2008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이해도를 높이고자 도입한 제도다. 재계약 또는 정규직 의무 전환 없이 3~6개월 간 고용해 업무 경험과 조직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은 최근 3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9284명이던 체험형 인턴 수는 2017년 1만506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만5561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일부 공공기관에선 체험형 인턴 채용 수를 상반기에 비해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체험형 인턴은 최근 국내 실업률이 심각한 가운데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책 중 하나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체험형 인턴 대부분은 현장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맡게 되며 업무 부서에 따라 개발, 기획 등 다양한 업무에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체험형 인턴을 정규직 전환 이전의 검증 단계로 활용해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데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정부 지시에 따라 급하게 청년인턴을 채용하다보니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체험형 인턴들은 출퇴근만 반복할 뿐 지원한 업무와 무관한 업무를 하거나 사실상 방치된 경우가 많아 ‘이름만 그럴듯한 고용 형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올해 공공기관에 5300명의 인턴을 채용하겠다고 밝혀 채험형 인턴 증가 수로 단기 임시직을 늘려 임시 고용 지표를 개선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에서 1년 간 인턴업무를 했던 김아무개씨(23)는 “업무마다 근무시간이 상이해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10시간 넘게 근무한 적도 있다. 말 그대로 업무 간접 체험이 전부였다”며 “체험형 인턴 제도 자체가 인턴들에게 희망고문만 심어주는 듯하다. 제대로 된 직무 체험도 할 수 없고 개별 기관마다 업무 내용이나 환경이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마련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을 채용할 때 동일한 직렬의 청년인턴 5개월 이상 수료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 현재는 가산점을 주는 기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어 인턴 경험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광역 단위 한 시청에서 6개월 정도 인턴업무를 했던 대학생 박아무개씨(25)는 사무보조 업무에 지원했지만 현장에서는 취업 박람회 홍보를 도와주거나 회의실 물건 재고 파악 등 단순 업무에만 내몰렸다. 박씨는 “사무보조 업무가 주어지는 날에도 인턴이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부서로 배치되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할일이 없는 날에는 책을 읽거나 입사 준비를 하며 시간을 억지로 때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 기관은 정부 정책에 따라 청년 인턴을 선발했지만, 정작 이들에게 맡길 업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턴들이 다른 업무를 해도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기관에서도 인턴들에게 지시한 업무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인턴들에게 비중 있는 업무를 맡기기 쉽지 않다. 기간도 3개월 정도로 단기 인턴에 불과하다보니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기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인턴들이 지원했던 업무와 다른 업무를 한다는 노무사 상담 요청이 들어오긴 하는데 소수이고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근로감독을 일일이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인사운용을 하도록 맡겼기 때문에 기재부에서 별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산, 재정 사업을 활용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을 확대해 인력을 충원하는 것 자체가 실제로 의미 있는 일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으로 일자리 수 늘리기 개념으로 고용 상황을 개선하려는 게 문제다. 실제로 단순 업무를 부여하면서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게 공공기관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정부 기관이 나서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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