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전문인력 양성 등 단기대책 제시…“근본적 인력 양성‧수급 구조 개선도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사업 내용면에서도 불확실성을 줄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인적자원 역량을 가지고 중국, 일본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겉으론 보이지 않는 회사의 치명적 약점이다.”

지난 15일 개최된 대우조선해양 기자간담회에서 정성립 사장은 이 같이 말하며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 및 수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인력자원 이탈 현상에 대한 업계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수년째 진행된 인력감축에 이어 업황 부진으로 회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견인할 전문인력 이탈도 심화한 까닭이다. 올해 일감 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형 조선사의 사정은 더욱 팍팍하다. 

 

이에 정부가 조선업 회생을 위해 약속한 고용 대책가 업계 고용 개선의 마중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자금 지원을 넘어 근본적인 인력 수급구조를 개선해 중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2일 산업부통상자원부는 조선업 지속발전을 위해 총 1조70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친환경 선박 시장 창출, 금융‧고용 단기 애로 해소, 고부가가치 선박개발 추진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장기화된 조선업 불황에 인력 이탈이 이어진만큼 정부는 단기적인 고용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고 울산, 거제, 목표 지역을 순회하는 채용설명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고용 촉진금, 위기지역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 등을 통해 신규 채용 장려에도 나선다.


특히 정부는 내년에만 약 176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해 인력 수급 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내년에만 약 140억원을 투입해 퇴직인력을 활용한 전문인력(600명), 친환경‧스마트 전문인력(120명), 해양플랜트 전문인력(40명), 용접‧도장 전문인력(1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생산 및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해 업계 마중물을 붓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조선업 고용이 올해 9월부터 회복세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3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 9월(10만5400명)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달 10만5900명으로 늘어나는 등 미미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말(20만3400명)에 비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조선업계 수주절벽이 도래한 이후 최근 3년간 이어진 구조조정은 업계의 인력 공백을 낳았다. 중대형 조선사들은 생산직 중심으로 매년 인력감축을 단행한 것은 물론 신규 채용도 사실상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을 포함한 8개 중대형 조선소가 운영하는 기술교육원에선 지난 2013년 4325명의 기능인력이 양성됐지만 지난해 1721명이 수료하는 데 그쳤다. 올해 8개사의 기술교육원의 총 인력양성 목표는 655명으로 더욱 줄었다. 중대형 조선소의 현장직 채용 수요는 나날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능 인력, 전문 인력 모두 필요한 상황이지만, 협력사 직원 위주로 구성되는 현장직의 경우 구조조정으로 인해 다른 업종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다시 조선업계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인력 공백에 맞게 신규 인력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가 연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고용시장엔 한파가 불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대형 조선소의 채용 실적은 총 396명으로 구조조정 이전인 2015년 하반기 채용인원(3071명)에 비해 93.9% 줄었다. 채용 인원 중 경력직이 89.1%(353명)를 차지해 사실상 신입채용(43명)은 미미했다. 전문대학의 경우 관련 학과의 취업률이 낮아지자 통폐합을 거쳐 축소됐다. 올해 기준 조선해양관련 전공은 8개 전문대학에 10개 학과가 설립돼 있는데 이는 지난 2016년에 비해 7개 전공학과가 감소한 것이다. 


올해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신입 공채가 실시됐지만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 하반기 대우조선은 4년 만에, 삼성중공업은 3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각각 실시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채용 규모는 각각 5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번 채용을 두고 지난 3년간 경영정상화의 성과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1800여명, 연간 300명을 채용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침체가 가속되자 조선업 구직 희망자도 줄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향후 기술력을 책임질 전문인력 수급도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인력 공백이 생긴 채로 기존 인력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까닭에 고용 구조를 개선할 유인책도 요구된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학과 교수는 최근 업계서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대학 수시 모집 경쟁률이나 전공생 비중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구조가 지금 당장은 영향이 나타나지 않겠지만 향후 이 인력들이 사회에 나가게 되는 시점에 영향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및 설계 등 미래 기술을 견인할 핵심 인력의 이탈도 가속되면서 근본적인 인력 양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학계선 첨단 산업 동향을 따라가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된다.

김 교수는 “최근 환경보호 기조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스마트 선박 부문이 경쟁력을 얻고 있는데 학과 교과 과정에도 이런 부분이 반영돼 개편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4년제 대학 관련학과에선 설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편성돼 있다. 최근 생산 공정 관련 부분도 교과 과정에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전통적인 설계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융복합 인재들이 배치돼야 하는데, 그런 인재들을 양성할 교육과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학계서도 이 같은 교육과정을 모색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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