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경제활동 참여 증가세…유진유통‧카이정물류 등 탈북창업자 “문화적 차이 가장 적어”

# 2008년 한국에 내려온 탈북민 창업가 이대성 대표는 건어물 짝태를 판매하고 있다. 짝태는 북한에서도 술 안주나 반찬거리로 사용된다. 한국에서도 짝태가 인기있을거라 생각한 이 대표는 북한에서 했던 수산물 가공사업 경험을 살려 유진유통을 창업했다. 유진유통에서 일하는 직원은 대부분 이 대표와 같은 탈북민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창업가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 창업가가 일자리 창출, 북한과 중국 문화적 교류, 남북경협 준비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탈북민 경제활동이 늘어날수록 창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3일 탈북민 창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더브릿지에 따르면 국내에도 탈북민 창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기준 국내에 있는 탈북민 3만명 정도다. 그 중 800명 정도가 창업에 뛰어들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정착실태조사 결과 경제활동 참여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탈북민 경제활동 참여도는 61.2%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늘었다. 자영업을 시작한 탈북민 절반 이상은 직접 사업을 경영하고 싶어서창업했다고 답했다. 한국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창업취업 교육에 대한 응답이 24.6%로 가장 많다.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는 탈북민 창업가들은 자본이나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주로 북한에서 농업과 조경업, 유통업에 종사한 분들이기 때문에 인터넷 접근성도 떨어진다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는 한편 출발선상도 늦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도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그러나 탈북민 창업가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탈북민 창업가들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른 탈북민에게 일자리를 준다. 한국에 정착하기 쉽지 않은 탈북민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또한 유일하게 한국과 북한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탈북민 창업가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 시장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남북경협이나 통일을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탈북민 창업가들도 스스로 중국과 북한 등 문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대성 유진유통 대표는 탈북민들은 한국에 왔을때 사회적응하기 힘들어한다. 차이 탓에 스스로 포기하고 나오기도 한다. 통일이 됐을때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당장 북한에서 사업이나 부동산을 운영할 수는 없다.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 창업가들은 이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의 기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나는 현실주의자라며 아직 남북경협이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로 다가오진 않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부드럽게 이어진다면 탈북민 창업가들에겐 도움이 된다짝태 수입같은 경우에도 중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에서 직수입하면 원가 절감돼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탈북민 창업가 입장에서는 지금같은 남북관계가 기조가 이어지면 당연히 좋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황해도에서 광주광역시로 들어온 유진성 카이정물류 대표도 탈북민 창업가들은 문화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이정물류는 한-중 소가전제품 무역업을 하는 물류 유통 스타트업이다. 유 대표는 경기도 안산까지 올라와 IT교육프로그램을 인수하며 대기업에 취업하기도 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하며 창업에 도전했다.

 

유 대표는 예비사회적기업 등록을 준비 중이다. 대표다 보니 외부 발표를 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다양함을 가진 회사라고 소개한다. 한국인, 중국 한족, 조선족, 탈북민으로 회사가 구성돼 있다. 작은 통일을 이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탈북민 창업가들은) 중국과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탈북인 창업가로서 다양한 문화, 사회적 가치를 특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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