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쿠팡, 2조원 수혈받으며 전열 재정비…롯데, 신세계 등 유통 공룡도 긴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형 유통업체들의 이커머스 투자 금액이 조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는 1조원 투자 유치를 받았고, 롯데도 3조원을 이커머스에 쏟아붓는다. 매년 적자만 쌓이던 쿠팡도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았다. 국내 유통업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 독보적 1위 굳히기? 혹은 유통공룡의 반격?


​국내 이커머스 1위는 쿠팡이다. 2013년 설립된 쿠팡은 이후 매출을 급격히 키워나가며 어느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매출 1위가 됐다. 2014년 매출이 3484억원에 불과했던 쿠팡은 이듬해인 2015년 1조 133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후 △2016년 ​1조 9159억원 ​△2017년 2조 6846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매출을 불려나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5조원에 이른다.

다만 그간 쿠팡을 괴롭혔던 것은 바로 영업손실이었다. 2014년 1215억원이었던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6388억원까지 늘었다. ​이는 쿠팡맨이라 불리는 자체배송인력과 직매입 방식의 로켓배송 등 기존 이커머스 업계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튀는’ 서비스들을 시행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급성장에도 매년 불어나는 영업손실 탓에 쿠팡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꼬리표처럼 달고다녔다. 2014년 5월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억달러, 같은해 12월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유치한 데 이어 별다른 투자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도 쿠팡의 비관적 전망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 21일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달러(약 2조 25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밝히면서 분위기를 뒤집었다. 해당 투자금은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투자에 거액을 베팅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는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를 토대로 로켓배송 배송인력을 늘리고,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쿠팡플렉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아울러 이커머스 핵심이라 불리는 물류센터 규모도 2019년까지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쿠팡 투자 소식에 최근 이커머스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국내 유통업계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현재 유통사 전체를 아우르는 온라인몰을 갖고 있지 않은 롯데는 지난 8월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롯데 유통 7개사(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롭스, 롯데닷컴)​가 각각​ 운영 중인 온라인몰을 통합한다. 롯데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이를 위해 약 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재 IT(정보기술) 및 UX(사용자경험) 관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도 온라인 신설 법인의 물류 및 배송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기술 향상에 1조 7000억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국내 온라인 1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또 시장상황을 살펴 필요할 경우 M&A(인수합병)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도 사모펀드 운용사인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한국판 아마존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11번가는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와의 시너지 창출과 5000억원의 재원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기반의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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