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조종사‧일반 노조 임단협 마무리, 대한항공 잠정합의안 부결…"노조 결속력 강화돼 부담될 것"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양대 대형항공사가 올해 임단협을 두고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및 일반 노조와의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하면서 파업 리스크를 덜어낸 반면, 대한항공은 임단협 진행이 지지부진해 해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항공업계 총수일가의 전횡 논란으로 인해 탄력 받은 노동계의 세력 확장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2일 아시아나항공은 일반 노조와 2018년도 임금교섭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시아나타운 본사에서 실시된 임금교섭 조입식엔 김이배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과 심규덕 위원장이 참석해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사는 지난 8월 첫 교섭을 실시한 이래 총 12차례 걸쳐 임금교섭을 진행해 지난 1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엔  ▲기본급 4% 인상 ▲캐빈승무원 비행수당 인상(직급별 비행수당 단가 4%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지난 16~21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2.9% 찬성표를 받고 가결됐다. 

지난달 일반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진행하며 파업 문턱에 다녀온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마무리였다는 평가다. 일반 노조는 지난 8월 첫 교섭 이후 임금인상 폭을 두고 회사와 합의점을 좁히지 못하며 지난 9월 20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달 2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지난달 30일까지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90.9%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조종사 및 일반 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하며 모든 직군의 파업 부담을 덜어냈다. 특히 지난 7월 ‘기내식 대란’ 여파로 노조 결속력이 강화된 점을 감안하면, 올 임단협을 조용히 마무리 하면서 대외적으로 이슈화되는 리스크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2017년도 임단협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노사는 지난 8월31일부터 9월17일까지 진행한 2017년도 임협에서 ▲기본급 각 직급별 초임 3.0% 인상 ▲기종별 비행수단 단가 3.0% 인상 등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진행된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811명 중 508명(62.6%)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합원들은 임금 인상 폭에 대한 이견을 보인 것은 물론, 기존 집행부 방침을 둘러싸고 내부적인 이견 차가 벌어지는 조짐도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일반 노조와의 단체 교섭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 노조는 지난달 24일 이후 한달 가까이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일반 노조는 임단협 속개를 요구하며 오는 30일 오후 대한항공 OC빌딩에 집결해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를 비롯, 총수 일가의 전횡이 논란을 사면서 사내 노조도 올해 4곳으로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지난 7월 박창진 전 사무관을 중심으로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가 출범하면서 대한항공은 총 4개의 노조를 두게 됐다. 

 

직원연대지부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퇴진과 직원 처우개선 요구에 집중하며 노조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7,8월 양사 직원들이 경영진의 퇴임을 외치며 거리에 나선만큼 회사와의 갈등도 골이 파인 상태다대한항공은 지난달 직원연대지부의 이춘목 홍보부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직원연대지부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노사 갈등 논란은 향후 안정적인 그룹 승계에도 다소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에 회사는 노조와의 갈등 폭을 좁혀 가야 한다. 

 

양대 항공사의 경영진 이슈가 불거지면서 노동계의 항공운송업 필수유지업무 해제 요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법상 항공운송업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조합원 중 약 20% 미만 인력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사실상 항공사 노조가 파업이란 강경카드를 꺼내도 교섭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노동계는 항공운수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을 폐지해 노조의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항공사 노조 등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공항사업장 대표자협의회는 항공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필수유지업무 관련 법안의 전면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노조 세력 확장이 가시적이진 않지만 결속력이 강화되는 여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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