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보험·캐피탈 등 계열사 수익 부진에 사장단 변화 가능성↑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사 1위를 차지한 KB금융지주가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사장단, 지주 임원 인사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지주사 전체 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증권, 보험, 캐피탈 등 계열사 수익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주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를 강조하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과의 당기순이익 격차를 벌리며 리등금융 지위를 굳혔다. KB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2조8688억원을 달성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이다. KB금융과 업계 2위인 신한금융과의 순익 격차는 225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격차 1861억원보다 더 확대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KB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이 최근 그룹의 비은행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합병(M&A)하며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두 계열사 인수가 향후 리딩금융 경쟁 구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B금융은 경쟁사의 잇따른 대형 M&A 성사를 보며 비은행 부문 강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은 앞서 지난 9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진정한 리딩금융그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무적으로 2위와 20~30%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은행은 압도적인 1위를 해야 하고 증권, 손보,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은 1위에 근접하는 확실한 2위가 될 수 있도록 계열사별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KB금융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단 KB금융의 증권·자산운용·손해보험·캐피탈 등 7곳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9명이 올해 말 임기가 마무리된다. 윤 회장이 지주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바꾼 후 1년이 되면서 지주사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번 계열사 수장 인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4명만 교체하는 안정화를 추구한 바 있어 올해는 유지보다 변화를 택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특히 계열사의 부진한 성적이 인사 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B금융이 발표한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211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9% 증가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이 46.3% 증가한 신한금융투자 순이익(2300억원)보다 순이익이 적어 제 몫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KB증권의 윤경은, 전병조 두 사장으로 이뤄진 투톱 체제가 원톱 체제로 바뀌거나 새로운 수장들로 바뀔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KB자산운용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억원 감소한 32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KB자산운용은 전통자산과 대체자산으로 자산운용 부문을 분리해서 전통자산은 기존 조재민 대표가 담당하고 대체자산은 이현승 대표를 신규 영입, 투톱 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다. KB자산운용 인사에 무리한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 외에도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 KB캐피탈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2억원, 99억원, 141억원 감소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가 안정화 되면 회장의 경영 판단에 따라 CEO가 교체되는 일이 있다”며 “KB금융 계열사의 성적 부진으로 업무 능력을 고려한 새로운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보통 12월에 계열사 사장 인사를 실시한다. KB금융은 다음 달 계열사대표추천위원회를 열고 임기가 마무리되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의 연임이나 교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계열사 외에도 지주 임원 대부분 임기가 올해 말에 만료된다. KB금융에서 총 24명의 임원 중 12명이 올해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되고 내년 3월까지 4명의 임원이 추가로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 임원 가운데 박정림 부사장이 2016년 KB금융 WM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현재 WM부문을 진두지휘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62개 WM복합센터를 개점하는 등 은행-증권 협업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외에 오보열 지주 CIB총괄 대표가 은행 CIB고객그룹 대표와 증권 IB부문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동환 지주 디지털혁신총괄 대표도 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을 맡고 있어 이 부문의 경영 연속성을 위해 재심임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조직 안정화 이후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 변화를 줄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고 있어 성과에 기반한 비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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