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자수첩] 제약사 골칫거리인 ‘블라인드’에 대한 두 가지 시각
  • 이상구 기자(lsk239@sisajournal-e.com)
  • 승인 2018.11.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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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회사 비판 자유로워야…소수 의견을 전체인 양 확대하는 부작용도, 선의 피해자 양산
“요즘 제약사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블라인드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 식사를 같이 했던 모 다국적 제약사 임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블라인드는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칭한다. 실제 제약사 등 대한민국 전체 업종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회원들만 볼 수 있는 이 블라인드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기자는 최근 두 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모 제약사 직원이 동료 여직원을 대상으로 해 몰래카메라를 찍었고, 그 사진을 블라인드에 올린 것이다. 해당 직원은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 회사 덕분에 적발됐고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은 피해 여직원 의견을 존중해 경찰에 고발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근에는 또 다른 대형 제약사의 특근수당 지급 여부를 놓고 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이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게재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아마도 이 네티즌 본인이 관악지청에 직접 근로감독을 청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블라인드에 대한 시각은 일단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본다. 

 

우선 긍정적 측면이다. 첫 번째 제약사의 몰카 사례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극단적 경우다. 물론 흔하게 발생하는 사건은 아니다. 이같은 사례를 제외한다면 블라인드가 회사 내부 모습을 그나마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통로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가 없다면 회사 직원들이 어떤 공간에서 경영진과 회사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 경영진은 공인이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무능하고 불성실하며 부도덕한 경영진은 비판 받는 것이 당연하고 심할 경우에는 퇴출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직장인들 역시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경영진에 대한 비판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긍정적 작용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부분에 그치는 소수 의견이나 팩트가 명확치 않은 단순 소문, 즉 루머를 올리게 되면 해당 회사 이미지나 경영에 직접적 여파가 전달될 수도 있다. 제약사 몰카 사례는 팩트는 분명해 기사로서 가치는 충분히 있지만 해당 여직원이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부적절한 내용이 될 수 있었다. 

 

어디선가 전해들은 부정확한 내용은 댓글 등을 토대로 공론화를 진행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부정확한 내용에 경영진 실명까지 나오면 더욱 난감한 일이다. 특히 올 상반기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줬던 미투 등 극히 민감한 내용은 말할 필요도 없게 된다. 

 

어차피 블라인드가 활성화돼 회원이면 누구나가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게시하는 당사자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독자들도 조심하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대상이 일반 직원이든 직급이 높은 임원이든 선의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고 본다.

이상구 기자
산업부
이상구 기자
lsk239@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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