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피해업체 목소리 들을 계획"…협력업체들 “고발에 대한 대기업 보복 두려워 밖으로 못 나와”

 

21일 세종시 공정거래위 앞에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이 조선 3사의 갑질을 고발하고 공정위의 적극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 사진=김성진 기자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 과장이 바뀌었다. 방금 전에 만나서 새 과장에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줬다. 그 전 과장이 책임지고 이 일을 마무리한다고 했는데,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윤범석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YL에너지 대표)

 

21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들은 세종시 공정거래위 사무소 앞에서 조선 3사의 갑질을 고발하고 공정위의 적극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업체들은 공정위 직권조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면서도 단순 보여주기 식 조사에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선 3사 피해협력업체 외에 이혁재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과 노동단체,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해 연대발언했다. 이들은 모두 조선업 갑질을 끊어내기 위해선 공정위가 제대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피해협력업체를 배제하고 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김상조 공정위장 부임 이후 공정위는 갑질 칼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현재 이 칼을 휘두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조사를 담당하는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피해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라며, 조사 마무리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주장하는 갑질 사례는 크게 세 가지다. 시공을 먼저 하고 계약을 나중에 체결하거나, 공사 대금을 일방적으로 통지하고, 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윤범석 대표는 계약을 시공 끝나고 체결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이런 나쁜 관행이 과거 조선업황이 좋았을 땐 문제가 없었지만, 침체기에 접어들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갑질 고발 이후의 원청업체의 보복행위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56000만원을 썼는데,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으로 33000만원만 줬다. 이 내용을 지난 75일에 국민청원으로 올렸더니 같은 달 바로 전산이 묶였다. 그 다음달인 8월에는 출입이 제한됐다. 출입중으로 밥을 먹는데 출입을 못 하고 밥을 못 먹으니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6월까지 직원이 16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0명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한익길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경부산업 대표도 원청업체의 보복행위가 존재한다고 동의했다. 한 대표는 협력업체 200개 중에 100여개가 잘려나가고, 그중 17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밖으로 나왔다. 이건 극히 일부다. 이름 밝히고 나오면 계약이 잘리니까 겁이 나서 말을 못 한다. 협박에 대한 내용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피해업체 주장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대금을 부풀린 게 아니라 기존 계약에 추가계약 형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101일부터 현대중공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달 14일부터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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