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적고 리콜 늦기 일쑤…전문가 “한국은 뭉개도 되는 시장이란 인식 만연”

독일 완성차 업체들에게 한국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해외 시장에선 2년 전 터진 디젤게이트로 디젤차 퇴출이 가속화함에도 국내 시장에서 수입 디젤차 판매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가 모델인 E클래스와 S클래스의 한국 내 판매량이 독일 본토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디젤차가 잘 팔린다고 해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많이 해줄 필요도 없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년 전 미국에서 배출가스와 연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며 총 174000억원의 보상액 지불에 합의했다. 배출가스 조작 디젤차 소유주는 1인당 600만원에서 1000만원 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 손에 쥐어진 건 100만원짜리 쿠폰이 전부였다. 한국은 남는 게 많은 시장이다.

 

국내서는 리콜도 늦다. 벤츠는 죽음의 에어백이라 불리는 타카타 에어백을 지난해 말 마지못해 국내서 리콜했다. 타카타 에어백을 탑재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리콜을 실시한 이후에도 끝까지 버티다가 이뤄진 조치다. “중국에서도 리콜 하는데 국내서는 왜 안 하냐는 비판을 아쉽게도 피해갈 수 없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소비자 차별은 지난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벤츠는 지난해 여름 약 300만대 디젤차에 대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벤츠가 독일에서 SW 업데이트 리콜에 돌입한 것과 달리, 국내서는 아직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벤츠는 국내 차종에 대한 SW를 따로 개발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벤츠, BMW, 폴크스바겐 3사는 자국의 대기질만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 판매된 디젤차가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를 만들든 관심 없다. 독일차 3사는 노후 디젤차량 소유자들이 차량을 교체와 질소산화물 환원장치(SCR) 장착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600만원도 넘는 지원책이다. 그러나 이는 독일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독일차 3사에게 한국 소비자들은 좋은 공기를 마실 권리도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독일차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각심을 갖지 못한 정부와 국민들 잘못도 있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조사에 손 놓고 있고, 국민들은 계속 차를 팔아주니 독일차들이 자발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을 이유도 없다. 독일차 업체들에게 양심을 바라기엔 독일인들이 지나치게 셈에 밝다.

 

최근 만난 업계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 상태로라면 한국 소비자는 영원히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 독일차 업체들에게 한국은 뭉개도 되는 시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차별 받지 않는 방법은 딱 두 가지 뿐이다. 소비자 권리를 끝까지 주장하거나, 독일차를 사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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