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워킹그룹 통해 시각차 좁힐지 주목…“내주 고위급회담 통해 교착 국면 해소될 듯”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차례 연기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내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것으로 유력해진 가운데, 정부가 회담 재개 여부와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서 워킹그룹을 공식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미 양국 사이 존재하는 시각차가 좁혀질지 관심을 모은다.

한미 양국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첫 회의를 갖고 워킹그룹을 공식 출범한다. 워킹그룹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한미 간 소통했던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의 틀을 넓히고, 정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워킹그룹에는 양국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기관의 실무자들이 대거 편성된 만큼, 큰 틀의 비핵화 로드맵부터 교류협력 관련 세부 사항까지 속도감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4일 3박4일 일정으로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방남해 우리 측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통해 남북 현 상황을 교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번 한미 워킹그룹에서는 남북 경협, 구체적으로 남북 철도·도로 현지조사 등에 대한 협의도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앤드루 김 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지난 14일~17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앤드루 김 센터장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북측과 사전조율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앤드루 김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대북 물밑교섭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북미 양측의 공개 발언이나 메시지에서도 북미 고위급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 붙잡아 억류해온 미 국적자를 한 달 만에 석방했다는 사실을 관영매체를 통해 알렸고, 마이크 미국 펜스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핵 목록 신고가 2차 북미회담의 전제조건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이번 워킹그룹 첫 회의를 통해 최근 한반도 상황과 한 차례 연기된 북미 고위급회담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북 협상 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2차 북미정상회담 등 일정에 대해 세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철도 연결 착공식 관련 협의 전략도 조율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주 또는 내달 초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게 되면 한동안 교착상태를 보였던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미 고위급회담서 진전된 성과가 도출되면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종전선언과 김 위원장의 방남 등이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 간 좁혀지지 않는 시각차다. 한국은 평화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미 워킹그룹은 비핵화 등 현 상황을 협의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지만, 남북관계 진전과 대북제재 등을 둘러싸고 한미 간 속도차를 보이고 있고 미국 내 부처 간 협의 조율도 원활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나 비핵화 문제 등은 모두 북미 양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미 워킹그룹에서) 미국이 우리 측에 요구하는 사안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조절해달라고 부탁하는 형식”이라며 “우리 정부는 고위급회담에 대한 사전 협의 등을 바라겠지만, 미국은 ‘요구’에 초점이 맞춰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워킹그룹은 우리 정부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례적이고 상시적인 협의체의 필요를 미국에 제기하면서 남북교류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이 남북 관계 이행 속도를 견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한미 양국의 워킹그룹이 출범되면 우리 정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공동조사를 우선순위로 시행할 것이다. 한미 양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차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도 추가적인 진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도 한국과 입장을 교류하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해 연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펜스 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비핵화 리스트를 받는 게 아니라고 한 만큼 곧 개최될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도 비핵화 리스트를 받기 보다는 로드맵을 그리는 데 주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도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맞물려있기 때문에 1차적 북미 간 국면은 해소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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