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주자 의견차 뚜렷…“폭탄 돌리기 그만, 공론화 시작해야”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을 놓고 정부와 입주자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입주자들은 분양전화가격 산정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국토교통부는 계약이 끝난 사안인 만큼 내용을 바꿀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을 놓고 정부와 입주자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입주자들은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국토교통부는 계약이 끝난 사안인 만큼 내용을 바꿀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10년 공공임대 주택 입주자들은 최근 청와대나 광화문 등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열어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을 재조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LH나 민간 건설사가 공공택지에 임대 아파트를 짓고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다가 10년이 되면 분양 우선권을 준다. 무주택 서민에게 장기적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2022년까지 13031여가구가 분양전환될 예정이다.

 

하지만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중간 수준에서 분양전환가가 전환되는 5년 공공임대와 달리 10년 공공임대는 감정평가액 범위에서 분양가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감정평가액으로 바꾸면 시세의 85~90% 수준에서 분양전환가격이 결정된다.

 

특히 분양전환 관련 논란은 판교 등 10년 전에 비해 시세가 많이 뛴 경기도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판교의 경우 20202월 분양전환이 예정된 백현마을2단지(분양가 약 35000만원·2006년 분양)는 올해 8월 전용면적 84.5아파트가 136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푸르지오그랑블은 9월 거래된 전용면적 97.7185000만원에 거래돼 가구당 10억원 이상의 분양전환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격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3인 이하 가구 5002590·2017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분양전환 예정인 10년 공공임대 주택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판교에서 시작된 반발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전국 LH 중소형 10년공공임대 연합회가 개최한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개선촉구 5차 집회에는 부산, 천안, 제주 입주민 등 전국 50여개 단지 1만여명(협회 추산)의 무주택서민들이 모였다.

 

연합회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 제도의 취지는 서민의 집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10년간 임대로 거주하고 나서 적정한 가격에 분양받아 내 집 마련을 하라는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LH 등에 적정 이윤 수준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수준을 벗어나 천문학적인 폭리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여야 4당이 모두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각각 총 3건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분양전환금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금 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을 5년 임대방식과 동일하게 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안, 윤종필·권은희 의원은 분양가상한제와 유사하게 분양전환가격을 책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 한 바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에 대해 감정평가액 이하 분양가 책정이 법에 명시돼 있고 이를 입주 초기에 사전 공지한 만큼 이미 계약된 내용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미 분양 전환된 단지들과의 형평성도 문제로 꼽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민간건설사의 10년 공공임대가 동일한 기준으로 이미 분양전환 했기에 형평성 때문에 LH공사도 수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 산정 문제가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형평성 등 오해의 소지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 시세보다 너무 낮게 분양한다면 음성적인 거래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쉽게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입주민에 대한 저리 융자 알선, 시설 개선 같은 지원책으로 접점을 찾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 측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공론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인데 분양전환에 직면했을 때 주변 아파트값 상승률을 반영하게 되도록 한 것은 설계상 잘못이다”며 그동안 폭탄돌리기를 하듯이 미루다보니 논의가 늦어졌는데 지금이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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