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거리 노선 포화·유류할증료 인상, 탑승률 높이기 위해 특가 출혈 경쟁… 유가 약세에 경쟁 완화 조짐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나날이 몸집을 키우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유가 상승 압박 속에서 수익성 타격에 시름하고 있다.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특가 프로모션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4분기 역시 유류할증료 인상이 예고돼 판촉 경쟁에 대한 부담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점차 국제 유가가 점차 약세를 띠고 있어 향후 업계의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CC 업계 3위를 달리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의 올 3분기 영업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올 3분기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오른 9419억원으로 집계됐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 감소한 378억원에 그쳤다. 

 

업계 2위 진에어 역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4% 감소한 2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티웨이항공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 1923억원, 영업이익은 122억원을 기록하는 등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증가, 52.3% 감소한 수치다.

올 3분기 LCC들은 여객 호조에 힘입어 기단, 운항 노선을 확대하며 매출은 키웠지만 수익성 방어엔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이 과포화된 가운데, 지난 8월 일본 노선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결항이 잇따라 실적 타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유류비 부담이 늘었다. 유류비는 항공사의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며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며 업계는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며 유류비 부담을 상쇄하기에 나섰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약 3.8ℓ)당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국제선 편도운항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는 지난 6월 1만1000~5만9400원에서 7월 1만2100~7만400원 단계로 올랐다. 이어 8,9월엔 다시 한 단계 낮아졌다가 지난달 1만2400원~7만1700원, 이달 1만4700원~8만3200원으로 올랐다. 항공사마다 단계별 유류할증료 수준은 다르나, 업계의 전반적인 유류할증료가 상승일로를 달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각에선 LCC의 경우 대형사에 비해 유류할증료 인상을 통한 유류비 절감 효과가 보다 뚜렷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형기를 보유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에 비해 좌석밀도와 탑승률이 높은 LCC가 유류할증료 부과를 통한 비용 전가 효과가 컸을 것이란 주장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대 국적사 대비 탑승률과 좌석밀도가 높은 LCC는 유류할증료로 더 많은 유가부담을 커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까진 규모의 효과가 유류비 부담을 상회하며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류할증료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커지게 된다"며 "저비용항공사들은 공급을 늘린 만큼 탑승률을 지키기 위해 순수 티켓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유류할증료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여객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이 과열되자, LCC업계는 일본, 동남아 등 인기노선을 중심으로 2~3개월전부터 항공권을 예매할 경우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특가 경쟁을 더욱 강화했다. 에어서울의 경우 '0원 운임'을 강조하는 특가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유류할증료, 공항사용료 등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운항편을 판매했다. 탑승률을 지키기 위한 영업 전략이나, 전반적인 운임 단가가 낮아질 경우 일부 수익성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선책은 유류할증료 인상 밖에 없다. 항공유 헷징 등 선물 거래도 효과는 지극히 한계적”이라며 “사실상 항공사의 특가 할인 행사는 홍보의 한 방식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운임 단가를 크게 낮춰도 수하물 위탁, 부가 서비스 등을 판매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4분기 역시 항공사 특가 경쟁이 예상되고 있어 수익성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가 점차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업계선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24달러 하락한 55.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 배럴당 76달러 선까지 오르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7%가량 떨어진 셈이다.

국내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해도 사실상 비용 절감 효과가 전무했던 항공업계선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의 경우 변동이 워낙 커 유류할증료 인하에 대해서 확신할 수는 없다. 업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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