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P2P대출 20개사 사기·횡령 ‘무더기 적발’ < 은행 < 금융 < 기사본문

투자금으로 업체 운영경비·개인용도·대출 돌려막기로 사용

A펀딩 금고 내 가짜 골드바(좌), 홈페이지에 게시된 골드바 위조 보증서(우) / 사진=금융감독원

# A씨는 올해 상반기 골드바(금괴)를 담보로 한 폴라리스펀딩의 P2P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해당 업체가 1㎏짜리 골드바 123개를 담보로 받아 보관 중이라며 골드바 금고 사진과 함께 한국금거래소의 보증서를 게시한 것을 보고 투자했지만 골드바와 보증서 모두 가짜였다.

19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9월 P2P대출(Peer-to-Peer·개인 간) 연계 대부업체 178개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사기 또는 횡령 혐의가 있는 P2P 업체 20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P2P 대출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을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하는 신종 금융 서비스다. 금감원은 P2P 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할 근거법이 없는 탓에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P2P 업체의 대부업 자회사 전체를 상대로 현장 검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나리츠·루프펀딩·폴라리스펀딩 등 20개 업체를 검찰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며 “그 외에도 내부통제 미비점 개선 및 P2P 대출 가이드라인 준수 등을 지도했고 연락두절, 소재지 불명 4개사는 추가 확인 후 등록취소 등 조치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허위상품 등으로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횡령 사건이 기승을 부렸다. 허위 상품·담보, 부실공시 등을 통해 모집한 투자금으로 타사업이나 P2P 업체 운영경비, 개인용도 등으로 임의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사용된 자금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자금은 회수조차 불가능해 투자자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부동산, 동산 담보권이나 사업허가권을 마치 보유한 것처럼 속여 홈페이지에 공시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애초 약속한 투자처에 대출하지 않고 대주주나 관계자 사업자금에 유용하거나 타대출 돌려막기, 주식·가상통화 투자 등에 임의사용한 경우도 나타났다.

장기 PF사업인데도 투자자 모집이 용이하도록 단기분할하여 재모집하는 돌려막기형 상품을 운용하거나 연체대출을 자기자금으로 대납하거나 타사업 자금으로 돌려막기해 연체대출이 없는 건실한 업체로 위장한 경우도 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위에 등록한 P2P 연계 대부업체는 지난 9월 말 현재 193개사다. 대출 잔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161개 회사의 경우 PF·부동산 담보 대출 등 부실이나 허위 상품 위험이 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대출 잔액 1조907억원 중 65.1%인 7105억원에 이를 정도로 쏠림이 심했다. 반면 대출 심사 인력은 평균 2.9명 정도로 영세한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종료 후 P2P 업체 관련자를 대상으로 검사결과 주요 문제 사례와 영업시 유의사항 등을 전파하고 애로사항도 청취할 생각”이라며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사항을 금융위 등에 건의하고 향후 P2P 대출 관련 법률 제·개정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용우 기자
ywl@sisajourn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