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관 첫 포토라인에…검찰, 사법농단 의혹 중요 의사 결정자 지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의사 결정자로 지목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피의자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소환됐다. 지난 6월 수사가 시작한 이후 전직 대법관이 포토라인에 선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고손실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의 각종 사법농단 의혹이 집중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2017년 6월 퇴임)했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국회와 청와대, 관련 부처를 오가며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중간책임자’ 역할을 했고, 박 전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게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또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법관은 아울러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한편, 전직 대법관이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으나 비공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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