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고사위기 우려…생태계 튼튼하게 다져야

국내 반도체 수출이 올해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단일품목으로 수출액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경신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전망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매출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지켜나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4위에서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 올림픽에서 금메달, 동메달이 우리 선수인 셈이다. 국내 반도체 역사 30여년 동안 이같은 호황은 없었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중소 반도체 업체 중심인 팹리스는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지난 상반기까지 팹리스 상장사 16개사중 절반은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메모리 이후의 성장을 이끌어갈 대표 품목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는 또 다른 국가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비교적 대형 업체들이 여러 품목에 걸쳐 고르게 분포해있다.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5위권 업체를 살펴보면 2위 인텔을 비롯해 5위 마이크론, 6위 브로드컴, 7위 퀄컴, 9TI, 10위 엔비디아, 12위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까지 15위권 업체 중 7개사가 미국 업체다.

 

비록 인텔이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게 내주며 자존심을 구기긴 했지만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에서 고르게 여러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도 무섭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율 70%를 목표로 정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양쪽에서 선도업체를 배출하겠다며 정부와 민간이 똘똘 뭉쳐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반도체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9%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8%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중국은 팹리스 분야에서 우리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IC인사이츠는 연초 전 세계 10위권 팹리스 업체 순위를 선정했는데 여기에 하이실리콘, 유니SoC 등 중국 업체가 포함됐다. 우리나라 업체는 없다.

 

국내 팹리스 업계는 완제품 시장이 탄탄한 중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구매 고객층도 인프라도 모두 약하다고 지적한다. 구조적인 생태계 기반 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떠나면 사라질 수 있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 가려진 국내 중소 반도체 업계의 현실은 중소 반도체는 끝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대세다. 반도체 업종에 뒤어든 스타트업은 투자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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